주가조작 최대 19년 상향…사행범죄 처벌 강화·‘기습 공탁’ 제한

국외도피 금액별 최대 13년 처벌
리니언시 자수와 동일 감경 반영
공탁 감경 강화…실질회복만 인정

 

보이스피싱, 뇌물, 마약범죄 등에 자금을 조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등 자금세탁 범죄에 대해 최대 징역 13년까지 권고하는 양형기준이 새로 마련됐다.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 처벌 수위도 높아지고, 이른바 ‘기습 공탁’을 통한 감형 관행에는 제동이 걸린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자금세탁 범죄 양형기준 신설 △증권·금융 범죄 수정 양형기준 △사행성·게임물 범죄 수정 양형기준 △피해 회복 관련 양형인자 정비에 따른 기준 수정안을 최종 의결해 확정했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 시 참고하는 기준으로, 범죄 유형별로 감경·기본·가중 3단계로 구분된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수법 등을 고려해 양형 유형을 판단하고, 특별·일반 양형인자의 감경·가중 요소를 반영해 형량을 정한다.

 

이번에 확정된 기준은 관보 게재를 거쳐 오는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우선 양형위는 보이스피싱, 뇌물, 마약범죄 등 주요 범죄의 자금을 조달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하거나 합법 자산으로 전환·가장하는 핵심 수단인 자금세탁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자금세탁 범죄 유형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상 범죄수익 등의 은닉·가장 및 수수 △마약거래방지법상 불법 수익 등의 은닉·가장 및 수수 △외국환거래법상 허위 또는 부정한 방법에 의한 외국환(중개)업무, 미신고 지급·수령 및 자본거래, 미신고 지급수단 또는 증권 수출입 △특정경제범죄법상 재산 국외 도피 등 4가지로 구분됐다.

 

치밀한 계획이나 고도의 지능적 방법, 신종 수법을 이용한 경우와 조직적 범행 주도자 등 특별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은 징역 10개월~3년, 마약거래방지법 위반은 징역 1년 6개월~4년,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징역 8개월~2년이 권고된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재산 국외 도피는 금액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5억원 미만은 징역 10개월~2년(기본)·징역 1년 6개월(가중), 5억~50억원은 징역 3~7년(기본)·징역 6~10년(가중), 50억원 이상은 징역 6~10년(기본)·징역 9~13년(가중)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 공정성을 침해하는 증권범죄의 양형 기준도 강화됐다. 기존 최대 징역 15년에서 19년으로 상한이 높아졌다.

 

이득액 구간별 기준도 조정됐다. 1억원 미만은 징역 10개월~2년, 1억~5억원은 징역 1년 6개월~4년으로 하한이 올라갔다. 5억~50억원 구간은 기존 수준을 유지했다.

 

50억~300억원 구간은 상한이 확대돼 징역 5년~10년이 적용되며, 가중요소가 있을 경우 최대 징역 13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특히 300억원 이상 대규모 증권범죄는 가중요소 적용 시 최대 징역 19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적극 협조한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자진신고 감면(리니언시) 제도는 자수와 동일하게 특별감경인자로 반영됐다. 금융범죄에서는 ‘금융업무와 무관한 경우’가 감경 사유로 추가됐다.

 

사행성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됐다. 홀덤펍 등 유사 카지노업과 무허가 카지노업은 징역 10개월~2년(기본)·징역 1년 6개월~4년(가중)이 적용된다.

 

또 미성년자는 도박 등 유해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수 미성년자가 이용하게 한 경우’를 특별가중인자로 신설했다.

 

양형위는 피해자와 합의 없이 공탁금을 내 형량을 낮추려는 이른바 ‘기습 공탁’을 방지하기 위해 전체 범죄군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공탁의 경우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 가능성과 의사, 피해 법익의 성질과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감경 사유로 인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범죄피해자보호법상 구조 대상 범죄 피해자가 국가로부터 구조금을 지급받더라도 원칙적으로 ‘실질적 피해 회복’으로 보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했다.

 

양형위는 오는 5월 11일 회의를 열고 응급의료·구조·구급 범죄 양형기준 설정안과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 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