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소원 48건 전부 각하…256건 중 74건 탈락

청구 사유 미비 34건으로 최다...
전원재판부 회부 사례는 아직 없어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사전심사 단계에서 ‘단순한 재판 불복’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기준을 재확인했다. 접수된 사건들이 각하되면서,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과 헌법상 기본권 침해 사이의 구분 기준도 보다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헌법재판소는 31일 지정재판부 평의를 거쳐 재판소원 48건을 모두 각하했다고 밝혔다. 앞서 24일 첫 사전심사 결과까지 포함하면 총 256건 가운데 74건이 각하됐으며, 아직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없다.

 

각하 사유를 보면 ‘청구 사유 미비’가 3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청구 기간 도과 11건, 기타 부적법 7건, 보충성 위반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청구 사유 미비는 재판 결과에 대한 단순 불복이거나 기본권 침해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재판소원 허용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법원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경우, 적법 절차를 위반한 경우, 또는 헌법·법률 위반으로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에만 청구가 가능하다.

 

앞서 공개된 결정문에서도 청구인들은 재산권,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 다양한 기본권 침해를 주장했지만, 헌재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형사사건에서는 죄형법정주의나 무죄추정 원칙, 영장주의 위반 등을 주장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구체적 침해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됐다.

 

이번에 각하된 사건들도 사실오인, 증거능력 판단,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판결의 위법성을 다투는 내용이 다수를 차지했다. 심리불속행 기각, 위법수집증거, 절차적 방어권 침해 등을 문제 삼은 경우도 포함됐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주장들이 헌법소원 요건을 충족할 만큼 구체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법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 적용을 다투는 것은 ‘재판 불복’에 해당할 뿐, 헌법적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사전심사를 통해 ‘재판 불복’과 ‘헌법 문제’의 경계를 설정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아직 전원재판부에 올라간 사건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이 기준을 넘어서는 사건이 등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