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의 길을 오래 걷다 보니 필자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판사로 있을 때가 사람이 더 단단해 보였다”는 말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법복을 입고 재판정을 바라볼 때는 세상이 놀랍도록 정리되어 보였다.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 보이고, 그 사람의 감정이 아니라 ‘증거’가 보인다. 사실과 증거, 논리와 법리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그 자리는 겉으로는 단단하고 흔들림 없어 보인다. 그러나 변호사가 된 지금, 나는 그 ‘정리된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 인간의 사정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더 자주 느낀다. 판사로 있었을 때는 기록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어보니 그 기록에 닿기 전 의뢰인의 시간과 그가 어떤 사정으로 그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그 마음의 길을 먼저 보게 된다. 법정 안에서는 정리되어 있던 사건이 변호사에게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판결문에 쓰인 문장은 단정하지만 그 몇 줄의 기록에 불과한 사정 뒤에는 한 사람의 가족, 삶의 무게,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있다. 판사의 일은 냉정하다. 결정해야 하고, 단호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건의 사건이 책상 위에 쌓이고 각 사건의 피고인, 피해자, 변호인, 검사가 제각각의 입장을 내세운다. 그 속에
Q. 안녕하세요. 저는 <더시사법률> 구독자입니다. 매일 여러 가지 정보를 접하며 많은 도움을 얻고 있습니다. 재심 청구 사유 중 ‘형사소송법 제420조, 421조에 해당되는 소정의 재심 사유가 있어 대법원 판결(유죄의 확정판결 또는 유죄의 판결에 대한 상고의 기각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에 대해 궁금합니다. 이건 ‘상고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심만 가능하다는 건가요? 아니면 일반적인 재심 절차에 따른 ‘원심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다는 것인가요? 또 사본에 명시되어 있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정정신청 및 경정신청은 어떤 경우에 할 수 있는 건가요? A. 재심은 확정된 판결에 대한 예외적 불복 수단으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한 중대한 사실인정의 오류가 있을 때 판결을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그 확정판결을 시정하는 구제 절차를 의미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는 7가지의 재심사유를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원판결의 증거가 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임이 증명된 때(제1호),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언, 감정, 통역 또는 번역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허위임이 증명된 때(제2호), 무고로 인하여 유죄를
SNS에서 마약성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단독(심학식 부장판사)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부산 동래구 자택에서 SNS에 ‘나비약’으로 알려진 디에타민 19정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디에타민은 향정신성의약품인 펜터민 성분이 포함돼 있어 의료진 처방이 필수다. 이후 A씨는 해당 글을 보고 연락한 B씨에게 3만 7500원을 받고 디에타민 5정을 택배로 보내는 등 실제 판매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은 함정수사에 나선 경찰관 C씨에 의해 적발됐다. 그는 같은 달 1일 C씨에게 판매를 시도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마약범죄는 특성상 적발이 쉽지 않고 재범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다만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Q. 안녕하세요. 저는 형사사건에 연루된 당사자입니다.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제기를 하려고 하는데, 형사 항소제기기간 7일 중 주말(토·일요일)이 포함되는 것인지, 아니면 영업일 기준인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 설·추석 등 장기 연휴로 관공서가 여러 날 휴무(임시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인 경우, 항소제기기간은 어떻게 계산되는 것인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태율 김상균 변호사입니다. 문의해 주신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항소제기기간 중에 주말(토·일요일)이나 공휴일(임시공휴일·대체공휴일 포함)이 포함된 경우, 또는 장기 연휴로 인하여 기간의 마지막 날이 휴무일인 경우 항소기간 만료일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대한 법령 및 판례의 기준이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해당 내용을 법리적으로 검토하여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가. 항소제기기간 ‘형사소송법’ 제358조는 항소의 제기기간을 7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58조(항소제기기간)). 나. 기간의 계산 방법 (1) 초일 불산입 원칙‘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일(日) 단위로 기간을 계산할 때에는 초일을 산입하지 않습니다(형사소송법 제66조(기간의 계산)). 따라서 형사 판결에 대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보통은 비슷한 주제를 묶어서 정리해 드렸는데, 그러다 보니 계속 답변이 늦어지는 질문들이 있어서 이번에는 주제를 정하지 않고 자투리 질문들을 모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비록 서신을 통해 직접 질문을 주신 분은 한 분일지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계신 분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드리는 답변들이 그분들의 답답함을 덜어드리고, 궁금증을 풀어드리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는 중입니다. 제가 알기론, 조사를 받을 때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다고 합니다. 이것의 의미는 제가 답변하기 불편한 건 정말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요? 말주변이 없어서 실수할 것이 걱정되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은데, 한편으로는 불이익을 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A. 질문자님의 말씀대로 경찰, 검찰 조사를 받기 전 피의자는 모두 ‘진술거부권’을 고지받게 됩니다.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보장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
Q. 안녕하세요. 저는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통장 전달책으로 긴급체포되어 경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상태이고, 이번 주에 사건이 검찰에 송치될 예정입니다. 제 친한 친구가 올해 초 캄보디아에 여행을 다녀온 후 저희 집에 놀러왔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친구가 “캄보디아에서 코인·선물 투자 관련 일을 하게 되었는데, 자금을 세탁할 계좌가 필요하다”며 제 통장을 가지고 함께 캄보디아로 가자고 권유하더군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도 했고, “혹시 보이스피싱 아니냐”고 물어보니 “절대 아니다”라고 하길래 저는 2025년 5월경 친구와 함께 캄보디아에 갔습니다. 현지에 도착해서 3주 동안 숙소에 감금되다시피 했고,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했습니다. 3주 후 귀국은 했지만 당초 약속했던 돈도 받지 못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감금되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고, 보이스피싱인지 모르고 통장만 전달하러 간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향후 검찰이나 재판 단계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A. 안녕하세요. ‘담장 너머 우체부’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캄보디아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체포되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어
Q. 내년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 5년을 선고받았는데, 이 처분에 대한 재심이 가능한지, 그리고 출소 후 바로 경찰서에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다음은 법률가에 의해 작성된 글입니다. 신상정보 공개·고지명령은 성범죄 사건에서 유죄판결과 함께 선고되는 부수 처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공개·고지명령 자체만을 독립적인 대상으로 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는 없고, 유죄가 확정된 원판결 전체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해야 합니다. 즉 공개·고지명령은 본안 유죄판결의 효력에 종속되는 처분이므로, 해당 명령만 별도로 다투는 것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한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는 출소 당일 즉시 경찰서에 등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법령 및 판례에 따르면, 등록 대상자는 주소나 실제 거주지가 변경된 경우 변경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변경된 정보를 제출해야 합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출소 후 20일 이내에 변경된 실거주지 정보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으로 처벌된 사례가 다수 확인됩니다. 따라서 출소 후에는 ‘20일 이내 등록 의무’를 정확히 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