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음주운전에 대한 법원의 처벌이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특히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어 ‘삼진아웃’에 걸리게 되면 법원은 강력한 처벌 의지를 표명하면서 대부분 실형을 선고한다. 그렇다면 음주운전 삼진에 해당하면 무조건 실형이 내려지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드시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 사건은 각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피고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된다. 법원은 단순히 ‘삼진아웃’이라는 형식적인 기준만으로 실형을 결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정황과 요소들을 판단 근거로 삼는다. 즉, 집행유예의 가능성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택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피고인의 진정한 반성, 재범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노력, 사회적 환경과 가족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내가 실제로 맡아서 진행한 음주운전 삼진아웃 사건 중에서도 집행유예 판결을 이끌어낸 사례들이 적지 않다. 얼마 전에 진행한 사건에서는 의뢰인이 세 번째 음주운전으로 기소되었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었다. 객관적 상황과 수치만 보면 실형 가능성이 높았지만 사건 초기부터 의뢰인은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변호인의 조언에
강남에서 자동차 딜러로 일하던 A는 어느 날 고객으로 네 명의 남자를 만났다. 평범한 고객으로 다가온 그들은 차량 리스와 구입을 진행하며 A와 친분을 쌓았다. 그들의 젠틀한 태도와 현금으로 두둑한 지갑, 확장되어 가는 사무실 규모는 A에게 그들이 성공한 사업가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B는 가장 호감형의 인물로 A에게 종종 상품권 거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더니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까지 하게 된다. 꽤 괜찮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B는 자신이 하는 상품권 거래는 합법적인 사업이며, 단지 통장을 빌려주는 것뿐이라며 A를 안심시켰다. 보이스 피싱을 의심하는 A에게 B는 단순한 편법일 뿐, 중국의 큰손들이 들어와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는 거래라고 답했다. 그렇게 A는 B의 말만 믿고 상품권 거래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통장 관리와 수표인출 업무를 맡았다. B는 A에게 인출 할 수표의 권면액과 장수를 정확히 지시했고, A는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A는 점점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상품권 거래를 의뢰하는 회사들의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은 정상적이었지만 그 거래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A는 B가 대신해 상품권 거래를 해준다고 하여
정당방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접하는 표현 중 하나로, 억울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거 정당방위 아니야?”라며 쉽게 말하곤 한다. 이처럼 정당방위라는 단어는 국민 정서에 널리 퍼져있고, 언론에서도 종종 다뤄질 만큼 친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이 단어를 법률 용어로 쓰려고 할 때는 고민이 생긴다. 정당방위는 부당한 법익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는 처벌하지 않는 제도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제도의 정의에서 알 수 있듯,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 ‘상당한 이유’ 인정에 매우 인색하다. 흔히 발생하는 폭행 사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평범한 직장인 A씨는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 후 헬스장을 찾았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지만 그날 A씨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날벼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헬스 기구를 이용하려던 중 마주친 B씨와 '누가 먼저 기구를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다툼이 발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분이 상한 B씨는 갑자기 A씨의 부모를 언급하며 시비를 걸었다. A씨는 키도 크지 않고 체격이 마른 편이었고, B씨는 덩치가 크고
“변호사를 꼭 불러야 하나요?” 형사사건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사만 받는 건데, 법정도 아니고 굳이 변호사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어온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한 빨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조사 대상이 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조치 중 하나가 전문 변호인의 도움을 즉시 받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차후에 있을지 모를 법정 대응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수사 단계부터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지키고 사건의 불필요한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형사 절차는 수사기관의 질문에 답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남긴 말 한마디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때는 잘 몰랐어요”, “실수였어요”라는 말은 법정에선 통하지 않을 수 있다. 수사 초기 경찰이나 검찰에서의 진술은 대부분 ‘조서’라는 형태로 정리, 문서화 되어 이후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된다. 초기 조서에 담긴 진술 내용이 나중에 법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면 다행이지만, 실제로는 수사 과정에서 긴장 상태에서 말을 잘못하거나 상황을 오해한 채 불리하게 진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렇게 남긴 수사 초기 진술을
점심 식사를 하러 나갈 여유가 없어서 직원들과 배달의 민족(‘배민’)으로 유명 유튜버가 추천했다는 비싼 김밥(‘김밥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도 있다)을 3인분 시켰는데 달랑 2인분만 왔다. 직원이 바로 배민에게 얘기하고 1인분 금액 9천원의 환불을 요구했으나, 배민은 김밥집 사장이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이 없다고 한다. 배민 싸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 김밥집에는 우리와 같은 불만을 토로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있었다. 주문한 양과 배달한 양이 불일치한다, 그 뒤로는 연락을 받지 않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찾아가서 항의하기 전에 빨리 환불을 해달라 등등. 오늘 직원들과 함께 어느 식당에 점심 먹으러 갔다가 직접 한번 그 김밥집에 가보자고 했다. 김밥집은 유리벽 내부가 조금도 보이지 않도록 초록색 썬팅으로 꽁꽁 싸매고 있었다. 왼쪽 구석에 고속버스 터미널 매표소 같이 작은 문이 나 있고 그 앞 테이블 위에 주문을 받아서 만든 김밥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 창구도 내부를 잘 볼 수 없도록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 안을 힐끔 살펴보니 또 하나의 벽 위로 ‘출입엄금 – 이곳은 나의 사유지이므로 방해할 수 없음’이라는 취지의 글이 빨간색 손글씨로 적혀 있어서, 역시 뭔
20년 지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박 변호사, 큰일이다. 나 음주 운전 걸렸어. 나 좀 살려줘.”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공무원 신분이라 음주 운전만으로도 신분에 큰 타격을 입고, 잘못하면 파면이나 해임이 될 수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음주 운전 사건은 정해진 증거, 즉 음주 측정치 또는 혈액검사 결과 등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명확히 나오기 때문에 증거법상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측정이 안 된 경우라면 며칠 후 경찰에 출석해 혈액검사를 받게 되고 그때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면 다툼이 생기긴 하지만, 단속할 때 음주 측정을 거부하기 위해 차를 버리고 도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뿐 아니라 누구든 그런 행동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 운전 후(정차 후) 186분이 지나고 음주 측정을 해 위반 수치가 나왔는데 무죄 선고가 된 사례가 있다고 한다. 정차 후 술을 사서 먹었다는 변소와 정차 후 술을 샀다는 것을 봤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이 보강되어서였다. 전화 온 친구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잠시 졸았는데 그때 단속이 되었다고 한다. 수사 결과 22시 10분까지 술을 마시고 출발하여 운행하다가 22시 30분에 경찰이 출동,
집에 있는 시간보다 법정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변호사이지만 변호사인 나에게도 법정 분위기는 언제나 숨막히게 다가온다. 특히 형사 사건이라면 더 그렇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팽팽한 대립 속에서 재판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날은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 날씨였다. 실내외 온도차이로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연락을 받았다. 고향 친구와 친한 분이 아동 강제추행으로 수사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사관을 포함해 누구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이라는 말에 감기 기운도 잊고 바로 사안 파악을 시작했다. 사건은 이미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 조사가 이미 끝난 상황이라 나는 재판부터 조력을 시작했고, 첫 번째 기일에 일을 저질렀다. “존경하는 판사님,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자 합니다.” 피해 아동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고 나는 피해자에게 증인 심문을 요구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다. 우여곡절 끝에 비공개 국민참여재판으로 재판은 진행되었고 그때부터 전쟁이 시작되었다. 법정에서의 다툼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는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꽤 어려운 과정이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자료를 검토한 후였지만, 놓친 부분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어 종이가 찢
성범죄 사건은 그 특성상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명확한 물적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범행이 주로 은밀하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 제3의 목격자가 존재하기 힘들고, 피해자와 피고인의 말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피해자의 진술은 사실상 재판의 핵심 증거가 되어 판결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진술’을 언제나 ‘사실’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인간의 기억은 결코 정적인 것이 아니며, 시간이 흐를수록 내용이 일부 부풀려지거나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수차례에 걸쳐 동일한 사건을 진술하는 과정에서 기억이 바뀌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집단적인 정서나 주변인의 영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이나 관계에 의해 사실과 다름에도 일관된 듯한 진술이 형성되는 경우다. 법원이 이 부분을 세밀하게 살피는 이유다. 최근 내가 맡은 사건도 그러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었고, 이들 모두가 서로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피해자 모두 진술을 끝냈다. 의뢰인은 그중 한 피해자의 진술 내용은 인정했지만, 나머
마약범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면 항소심을 통해 다시 한번 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삼심제도’가 있기 때문에 1심(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할 경우 2심(고등법원), 그리고 3심(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 다만, 대부분 2심에서 사실관계가 다시 정리되고 양형에 관한 다툼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마약 사건의 항소심에선 어떤 전략을 가져가면 좋을까? 항소심에서는 1심 재판에서 다뤘던 증거와 기록을 다시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증거도 받아준다.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항소심에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단, 무조건은 아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전략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 항소 이유 항소의 이유는 우선, ‘사실오인’ 또는 ‘양형부당’이 될 수 있다. 사실오인은 실제로 마약을 소지하지 않았거나 투약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잘못 판단했을 경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다. 양형부당은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1심 판결의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는 경우다. 마약 사건의 경우, 보통 마약을 소지한 사실 자체가 명확히 드러나기 때
수용자는 접견을 해보고 변호사를 정할 때가 많다. 말하자면 첫 접견은 맞선을 보는 셈이다. 물론 접견은 남녀의 맞선보다 심각하고 무겁지만, 본질적으로 닮은 점도 꽤 있다. 첫째, 접견도, 맞선도 자신의 인생을 좌우할 아주 중요한 인연을 찾는 일이다. 둘째, 결혼 생활도, 재판도, 함께 길을 가보기 전에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 셋째, 일단 함께 길을 떠나고 난 뒤에는 원상태로 무르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종합하면 수용자 입장에서 좋은 변호사를 고르는 일은 꽤나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어쩌면 맞선을 통해 배우자를 고르는 것보다 접견을 통해 변호사를 고르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좋은 배우자감은 한 번 보고 확신이 안 들면 거듭 만나보면 되고 연애를 해볼 수도 있지만 변호사에게 마음에 들 때까지 접견을 거듭 오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원래 좋은 변호인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대폰 같은 기계는 제각기 품질이 균일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은 제각기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로펌을 처음 설립할 때 홈페이지를 좀 잘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좋은 제작 업체를 찾는 일이 여간 막막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름이 너무 많이 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