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저는 회사를 살리려고 한 일입니다. 제 주머니로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습니다.” 접견실에서 마주하는 기업인이나 자금 담당 피고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회사가 무너질 위기에서 급하게 결정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피고인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의 절박한 심정과 달리, 검찰의 공소장에는 ‘업무상 횡령’ 혹은 ‘업무상 배임’이라는 무거운 죄명이 선명하게 적혀있다. 그리고 그 한 줄의 죄명은 1심 법정에서 실형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구치소의 차가운 공기 속으로 사람을 밀어 넣는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난 뒤 피고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 역시 비슷하다. “이제 끝난 건가요?” 그러나 이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체념이 아니라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는 냉정한 시선이다. 감정이 아니라 구조를, 억울함이 아니라 논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재산 범죄 사건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은 ‘불법영득의사’라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다. 횡령과 배임을 가르는 핵심은 단순하지 않다. 나를 위해 돈을 썼는지, 회사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이었는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것을
같은 제복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교도관들이 군인, 경찰, 소방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소외되는 현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공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음에도, 각종 복지와 예우 제도에서 교도관은 반복적으로 제외되고 있다. 제복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과 지원 제도를 살펴보면, 경찰과 소방공무원은 포함되어 있으나 교도관은 빠져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과 소방공무원의 호국원 안장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발의한 국회마저도 같은 제복공무원인 교도관들의 존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소외의 경험이 반복될수록 교도관 개개인의 자존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내가 퇴직 교도관 역시 호국원에 안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그곳에 안장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이는 교도관 전체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이 직업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정당한 존중을 받고 있다는 최소한의 신호를 되찾기 위함이다. 교도관의 업무는 단순히 수용자를 관리·감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교도관들은 어떤 죄명으로 수용되었든 수용자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운동시간과 종교집회 참가 등을 철저히
Q1. 수형 생활 중 발생한 사건으로 상습폭행 혐의를 받아 금치 30일 처분을 받았고, 해당 건은 검찰에 송치돼 형사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적용된 법 조항은 형법 제264조(상습)와 제260조(폭행)입니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상습폭행의 경우 ‘상습’이 붙으면 벌금형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인지 알고 싶습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형법 제264조는 형을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규정이고, 기본이 되는 폭행죄(형법 제260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상습이 인정되더라도 벌금형 자체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폭행죄의 법정형 범위 내에서 형이 가중되는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또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와 바로 합의해 합의서와 처벌불원서를 받아 제출했습니다. 상습폭행은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면 검찰 단계에서 약식기소로 벌금형 처분이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특히 벌금 100만원을 초과하면 약식명령이 불가능한 것인지, 실무상 기준이 어떻게
잘못된 한 번의 판단은 이후의 삶의 모습을 좌우한다. 특히 전력이 있는 행위가 또다시 반복되었을 경우 이후의 선택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사건의 의뢰인은 술기운이 남아있던 저녁, 경찰의 정차 신호 앞에서 그 기로에 서게 됐다. 그에게는 이미 두 차례 음주 운전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또다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상태였다. 경찰의 음주 단속에 걸린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포감에 중대한 판단 착오에 빠져든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뢰인은 이를 생각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 행사를 통해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하나의 실수가 연쇄적인 오판으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그는 자신을 더 큰 궁지에 몰아넣고 말았다. 형사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런 케이스를 흔히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작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것이 수사기록상에 남게 되면 무게감이 달라진다. 특히 의뢰인처럼 반복 전과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과 법원의 시각은 냉정하다. 음주 운전에 무면허 운전, 여기에 사문서위조까지 더해져 의
경찰 조사를 한 번이라도 받아본 사람들은 “저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 피의자신문조서에는 다르게 적혀있습니다”라고 말하곤 한다. 경찰 조사에서 진술이 왜곡되거나 불리하게 요약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로, 개인의 기억력이나 말솜씨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추가적인 경찰 조사를 앞둔 분들에게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 경찰 수사관으로 재직했던 경험과 현재 형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팁을 전해드리고자 한다. 먼저 피의자신문조서에는 ‘진술한 그대로’가 아니라 ‘수사관이 이해하고 정리한 문장’이 기재된다. 많은 피의자들이 착각하는 점이 있다.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경찰들은 흔히 “조서를 꾸민다”고 표현한다. 이 말은 곧 수사관이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자신이 이해한 대로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한다는 의미다. 진술 전후의 맥락은 사라지고 결론만 남는다. 모든 경찰 조사에서는 이 사실을 유념한 채로 진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시 상황이 긴박했고, 상대방이 먼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바람에
이번 ‘법·알·못 상담소’ 코너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는 대신 독자분들이 보내주신 개별 질문들에 하나씩 답변을 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다루는 내용이 비록 한 분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더라도, 같은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Q1.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넘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보이스피싱 조직인 것을 몰랐고요. 그런데 재판도 재판이지만, 현재 제 명의 계좌가 지급정지된 상태라 생활상 불편이 큽니다. 주변에서는 억울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금융기관에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고 하던데, 실제로 이의신청을 하면 계좌 지급정지가 해제되는지 궁금합니다. A1. 질문자분께서 느끼고 계실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보통 하나의 계좌로 급여를 받고 공과금이나 카드 대금 등 각종 자동이체를 설정해 두는 경우가 많은데, 갑작스러운 지급정지로 이 모든 흐름이 한꺼번에 막혀버린 상황일 것입니다. 언제쯤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점까지 더해지니 심리적으로도 부담이 크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질문자분의 현재 상황에서 이의신청만으로 지급정지를 해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통신사기
“정말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 집행유예는 가능할까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차가운 수용시설의 벽 앞에 선 이들은 이 질문을 수없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고액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현혹되었을 뿐이고, 통장 하나를 빌려주었을 뿐인데, 사건의 전모조차 명확히 알지 못한 채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 현실 앞에서 억울함과 절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직형 재산범죄 사건의 항소심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분명히 확인한 사실이 있다. 같은 범죄에 연루되었더라도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코 같지 않다는 점이다. 누군가는 원심의 형을 그대로 감내하지만, 항소심은 1심의 단순한 반복 절차가 아니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건의 항소심은 범행을 부인하는 데 그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떠한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를 다시 묻는 마지막 절차에 가깝다. 전략은 판결 이후가 아니라 수감된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된다. 첫째, 자신의 역할이 과대평가되었는지를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가 항소심에서 반드시 효과적인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1심 판결이 피고인의 가담 정도나 범행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