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관과 피의자가 감정 싸움을 벌이게 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수사관과 피의자의 갈등은 대출 명의자의 허위 보이스피싱 신고로 시작됐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려는 신고로 C가 긴급 체포되었다. C는 주범 D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으며, 대출 명의자와 직접 접촉한 인물이었다.
보통 공범들은 서로의 신원을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A는 합법적인 대부중개업체를 운영했기에 C는 A의 신원을 알고 있었다. C는 체포 후 “D가 주범이며 그의 인적 사항은 모른다”고 진술했으나, B 수사관은 A를 주범으로 단정하고 압박했다. 결국 C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A를 주범이라고 허위 자백했다.
C는 체포된 지 24시간 만에 풀려난 뒤 A에게 “D의 인적사항을 모른다”면서 “수사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A를 주범으로 지목했다”고 털어놓았다. A는 일부 가담 사실을 인정했지만,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억울했다. 그는 대화를 녹음하며 결백을 입증할 희망을 가졌으나 사건은 더 복잡해졌다.
며칠 뒤, B 수사관은 보강 수사를 이유로 C의 출석을 요구했다. A는 변호사를 선임하고 C와 동행하며 “D가 주범임을 솔직히 말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 행동은 B 수사관에게 A가 사건을 조작하려 한다는 의심을 키웠을 가능성도 있었다.
한 달 뒤, B 수사관은 “출석 불응 가능성”을 이유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A를 보이스피싱 혐의로 체포했다.
A는 경찰 유치장에서 가족 접견도 허락받지 못했다. 이는 “A의 처가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었다. 변호인은 증거 없는 접견 금지를 감정적인 수사라고 비판했다.
조서 기록에는 A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주범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화가 있었다.
“거짓말하니 목이 타죠?” (피의자 A가 물을 요청함.)
B 수사관은 A의 물 요청에 비아냥거리며 응답했으며, A는 3시간 동안 물 한 모금도 받지 못했다. 또한 “계속 부인하면 처를 입건하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A에게 조서 작성 당시 변호사가 왜 함께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A는 변호사의 말을 전했다.
“C 조사에 동행해서 나도 범인도피교사죄로 입건될까 봐 못 갔습니다.”
의뢰인을 보호해야 할 변호사가 자신의 일이 엮일까 두려워 조사 현장에 불참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A는 구속되었으나 주범이 아님을 소명해 벌금 800만 원을 받고 한 달 만에 출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C의 체포로 압수된 핸드폰에서 추가 대출자 명단이 나왔고, B 수사관은 이를 근거로 A가 모든 대출을 주도했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대출자들은 관할 지역이 서로 달랐고, A와의 연결성을 입증할 증거도 없었다.
나는 B 수사관에게 사건 이관을 요청했다.
“범인도피교사죄를 적용할 건데, 이건 우리 관할 사건입니다. 이관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B 수사관은 이미 사건을 객관적으로 수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면 수사의 공정성을 잃은 것 같아 수사관 교체를 요청하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청문감사실에 교체 요청서를 제출했다. 절차상 요청서가 접수되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해당 수사관은 출석 요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나 B 수사관은 이를 무시하고 A에게 출석 요구를 했다. 나는 청문감사실에 유선으로 규정 위반임을 알렸고, 담당자는 “확인 후 연락하겠다”고 했다. 다음 날 돌아온 답변은 황당했다.
“수사관 교체는 어렵고, 출석 안 하면 기소중지 한다는데 어떻게 해요?”
결국 추가 진정을 넣었고, 다행히 받아들여져 사건은 다른 관할로 이관되었다. 이관 후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졌고, A의 억울함도 풀렸다.
경찰 출신 변호사로서, 나는 수사권 독립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염원했지만, 제도 변화만으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수사 종결권을 가진 경찰도 감정과 선입견에 휘둘릴 수 있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피해자를 만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다.
“법과 정의는 제도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의 태도가 법치주의의 마지막 방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