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판사 출신 변호사님을 인터뷰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많았습니다. 변호사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신 변호사입니다. 2002년 2월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한 후 2005년 3월까지 3년간 군 법무관(군 검사)으로 복무하였고, 2005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7년간 대전지법, 특허법원(고등법원), 수원지법, 전주지법, 수원지법 평택지원, 서울중앙지법 등 각급 법원에서 지법 판사(9년)와 고등 판사(3년) 및 지법 부장판사(5년)로 재직하였습니다.
‘군 검사’ 및 ‘법관’으로서 20년간 공직생활을 하였기에 나머지 법조 3륜 중 하나인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에 2022년 3월 변호사로 개업하였습니다.
현재 법무법인 제이케이에서 형사, 민사, 가사, 행정, 소년 사건 등 주로 송무 사건을 하고 있는데, 그 중 형사 사건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2. 판사로 재직하면서 2021년 우수법관에 선정되셨습니다. ‘우수법관’이라는 개념을 독자들이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우수법관이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며, 선정되었을 때 느끼셨던 소감이나 의미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공정한 재판 진행을 통한 국민의 사법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의해 지방변호사회별로 법관평가를 실시합니다.
그리하여 각 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주로 관내 법관들을 상대로 1년간 실시한 법관평가를 바탕으로 ‘우수법관’을 선정합니다. 평가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정 수 이상 변호사로부터 평가받은 법관만을 대상으로 하여 최고·최저점을 제외한 데이터만을 가지고 평가합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를 제외한 나머지 각 지방변호사회는 약 5~6명의 우수법관을 선정하고, 관내 법관 수가 가장 많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그보다 더 많은 우수법관을 선정합니다. 저는 2021년도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할 때 서울지방변호사에서 실시한 법관평가 결과 ‘우수법관’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각 지방변호사회가 우수법관을 선정하면서 밝힌 선정 사유로는 ‘소송관계인을 정중하게 대하고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며, 사건 쟁점을 충분히 파악하고 재판에 임해 공판 과정에서 실질적인 심리가 이뤄지도록 노력함’,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고 소송관계인을 품위 있게 대하며 소송지휘권을 적절히 행사해 신속한 재판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판결문을 자세하고 설득력 있게 작성함’, ‘가사사건에서 불필요한 분쟁을 피하고 원만하게 사건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판결문을 상세하고 논리적으로 작성해 소송관계인이 쉽게 납득할 수 있도록 배려함’ 등이 있습니다.
제가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2021년도에는 ‘전국 법관 수(대략 3,000명) 대비 우수법관 수(대략 90명)의 비율(약 3%)’이 아주 적은 편이었기 때문에, 우수법관으로 선정되었을 때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3. 판사 시절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판결이 있으신가요?
초범이자 30대 초반의 공무원이었던 피고인이 자정 무렵 음주 상태에서 시속 약 60킬로미터의 속도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전방주시의무를 태만히 한 과실로 편도 2차로 중 2차로에 정차해 있던 25.5t 트럭의 뒷부분을 위 승용차 앞부분으로 충격하여 트럭 운전석에 앉아있던 트럭 기사에게 약 2주간의 상해를 입혔다는 사실로 기소되었습니다.
변호인은 트럭 기사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법정형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위험운전치상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변호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위 승용차와 트럭의 각 무게, 충돌 당시 승용차의 속도, 트럭의 뒷부분에서 운전석까지의 거리 등에 기초하여 관련 물리법칙을 적용해서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을 상세하게 작성한 서면을 제출하였고, 그에 관한 감정신청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검사는 트럭 기사가 제출한 진단서, 트럭 기사의 법정 증언을 근거로 트럭 기사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변호인의 구체적이고도 전문적인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감정결과에 비추어 보면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위험운전치상의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임이 확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위험운전치상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피고인이 자백하는 음주운전에 대하여만 공무원의 신분이 유지되는 벌금형을 선고하였습니다.
30대 초반의 공무원이었던 피고인으로서는 형사판결의 결과에 따라 아직 한참 남아 있는 공무원의 신분이 유지될 지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사건이었는데, 성실하고 능력 있는 변호인의 도움으로 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사건이어서, 저에게도 기억에 남습니다.
한편 당사자가 유명 연예인이었던 이혼 사건도 기억에 남는데,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4. 독자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보통 선고일 얼마 전에 판결문을 작성하고 결정을 내리시나요? 판결문 작성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판결문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까지의 절차를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만약 선고일이나 전날에 선고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나요?
합의재판부의 경우에는 1명의 부장판사와 2명의 배석판사(부장판사 3명으로 구성되는 대등재판부의 경우에는 3명의 부장판사) 사이에 판결의 결론을 내리기 위한 합의 절차가 있는데, 보통 판결 선고일 기준 약 1주 내지 2주 전에 합의를 합니다. 합의 이후 주심판사가 판결문 초안을 작성하고, 재판장이 판결문을 완성합니다.
따라서 판결 결과는 사실상 선고일 기준 약 1주 내지 2주 전에 결정되고, 판결문 작성은 선고일 기준 약 1주 내지 2주 전부터 선고일 전날까지 사이라고 보면 됩니다.
변론 및 기록을 토대로 판결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합의 시의 결론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도 간혹 있는데, 그와 같은 경우에는 재합의를 통해 최초 합의시의 결론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와의 합의 등 중요한 양형 사유에 관한 자료가 합의 이후 선고 전에 제출되면 재합의를 통해 선고형을 변경하게 됩니다.
단독재판부는 재판장 1명이 재판을 하므로, 합의재판부와 달리 합의 절차가 없지만, 결론이 정해지는 시점, 판결문이 작성되는 시점, 판결문 작성 과정에서 결론이 바뀌기도 하는 사건이 간혹 있는 점 등은 위에서 말씀드린 합의재판부와 대동소이합니다.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양형’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실형과 집행유예 사이에 고민되는 사건에서 법관은 더욱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5. 판사로서의 경험이 변호사로서 실제 재판에 어떤 장점으로 작용하나요?
판사로서 오랜 기간 형사, 민사, 가사 사건 등 다양한 재판을 하게 되면, 재판 및 사건의 유형별로 판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항들을 잘 알 수 있고, 기록을 신속하게 검토하는 능력 및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능력, 보다 정확한 결과 예측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판사로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변호사 일을 하게 되면, 의뢰인을 대리하는 다양한 유형의 사건에서 해당 사건의 담당 재판부가 중요하게 생각할 것으로 예측되는 사항들에 집중하여 변론할 수 있고, 사건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능력, 보다 정확한 결과 예측능력을 통해 의뢰인에게 합리적인 변론전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판사가 법정에서 하는 말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재판 절차적인 이해도가 높은 것도 판사로서의 경험이 변호사로서 일을 함에 있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6. 판사에서 변호사로 전향한 뒤 바뀐 점이 있으신가요?
법관으로 재판을 할 때에도 사건 하나하나의 결과가 당사자에게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당사자가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하고자 노력하였지만,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직접 상대하며 의뢰인의 사정을 구체적으로 듣게 되면서 법관일 때 했던 위와 같은 생각이 가슴으로 더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법관으로 오랜 기간 수많은 재판을 하게 되면 당사자가 만족하지 못하는 재판이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를 시정하기 위해 3심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법률심’인 상고심과 달리 ‘사실심’인 항소심에서는 잘못된 하급심 판결을 시정할 수 있는 폭이 더 큰 만큼, 2심 재판부는 항소심이 사실상 마지막 재판이라는 생각으로 잘못된 1심 판결을 적극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한 생각은 변호사를 하면서 더 커진 것 같습니다.
7. 마지막 독자분들에게 한 말씀
이 기사를 읽고 계신 독자분들 중에는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신 분들이 있으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힘든 시기가 계속되지는 않으므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시면서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