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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시사법률 이소망 기자 | 네트워크 로펌의 확산이 법률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소비자 보호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를 기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KBS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소재의 F 네트워크 로펌의 광고를 보고 전관 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맡는다는 말에 3,300만 원을 지불했지만, 실제로는 그 변호사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또 다른 의뢰인 B 씨는 F 네트워크 로펌의 광고를 보고 대구에 위치한 분사무소에서 상담을 받았으나, 실제 사건 처리는 서울 주사무소 소속 변호사가 맡았다.
사건이 예상보다 지연되자 B 씨는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대구 변호사는 “서울 변호사에게 직접 문의하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B 씨는 환불을 받지 못했다.
대형 네트워크 로펌은 대량의 사건을 공장형 방식으로 처리하는 특징이 있다.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명의 변호사가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분리되어 있다.
상담을 전담하는 변호사, 의뢰인과 소통하며 서면을 작성하는 변호사, 재판이나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변호사가 각각 다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처음 상담을 진행했던 변호사가 실제 사건 처리 과정에서는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현직 판사는 “일부 특정 네트워크 로펌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재판 출석만 담당해서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잘 모르겠다’는 변호사도 많다”고 지적했다.
본지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불량 변호사와 관련된 제보를 접수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특정 네트워크 로펌의 피해 사례라는 점도 이러한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문제는 사건을 실제로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경력 부족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부 네트워크 로펌에서는 광고로 수임한 사건을 경력 1~3년 차의 변호사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들은 실력 있는 변호사가 사건을 맡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경력이 부족한 변호사들이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특정 네트워크 로펌이 상대편으로 나오면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의뢰인들에게 소송이나 진정을 당한 변호사들 중 일부 네트워크 로펌 소속이 상당수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대형 로펌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네트워크 로펌이 지역 법조 시장까지 잠식하면서, 기존 법조계의 질서가 교란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의 한 로펌 변호사는 “대형 네트워크 로펌은 지역 변호사가 직접 상담하는 방식이 아니라, 서울 본사와 원격 상담을 진행하고 경력이 부족한 변호사가 재판을 맡아 변호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 하지만 고객들은 대형 로펌이라는 이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네트워크 로펌의 운영 방식과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변호사 업계에서도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변호사협회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대한변협은 네트워크 로펌 7곳을 광고 규정 위반, 퇴직 공직자 명단 제출 의무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했다. 서울변호사회 또한 △본사 및 지사 명칭 사용 금지 △주사무소와 분사무소의 광고 철저 분리 △변호사가 아닌 공직 출신 사무직원의 광고 금지 △전관 변호사 홍보 제한 △실제 주재하는 변호사만 간판에 표기할 것 등의 규제안을 내놓았다.
대한변협 역시 네트워크 로펌의 광고 규정을 강화하고, 변호사 배치 현황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소비자가 변호사를 선임할 때 사건 담당 변호사의 경력과 이력이 명확히 공개되어야 하며, 계약 체결 전 변호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계약 해지 및 환불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네트워크 로펌이 법률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지만, 변호사 역량 부족과 소비자 피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