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치소 접견을 한번 와주시면 상담 후 선임하겠습니다.”수감자들이 변호사에게 자주 건네는 요청이다. 지난 2019년 발생한 ‘접견 피싱’ 사건을 계기로, 수임을 미끼로 무료 접견을 요구하는 문제가 변호사 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었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반복되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구치소에 재발 방지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회원들에게 ‘유료 법률상담 원칙’ 준수와 접견 요청 시 사전 비용 고지를 권장하며 예방책을 마련했다. 이후 변호사 업계에는 선임 전 접견 시 접견비를 받는 문화가 정착됐다.
일반 접견은 하루 10분으로 제한되지만, 변호사 접견은 녹음과 횟수 제한 없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제한 가능하다. 게다가 변호인 접견은 칸막이가 없어 간섭 없이 자유롭게 진행되며, 같은 날 접견 대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만남도 가능하다. 또한 구치소 내에서는 변호인 접견을 많이 받는 수감자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수감자들은 실제 수임 의사 없이 변호사를 불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변호사는 2019년 당시 “수감자의 가족으로부터 ‘선임할 테니 접견만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치소를 찾았지만, 접견 자리에서는 사건 이야기는 커녕 개인적인 잡담만 이어졌다”며 “접견이 끝날 무렵 수감자가 ‘좀 더 고민해보겠다’며 다음 접견을 요구해 뒤늦게 속았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처음에는 선의로 무료 상담을 제공했지만 반복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접견 요청 시 접견비 선입금을 요구하게 됐다”며 “이는 변호사의 시간과 노력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에는 접견과 관련해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로펌에서는 변호인과 피고인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선임이 완료되면 접견을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 재판 전에도 피고인을 찾아가지 않고 재판에만 출석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피고인의 가족은 “전날 재판을 준비하기 위해 남편의 구치소 접견을 요청했더니 변호사가 접견비를 요구하더라”며 “사선으로 선임을 했는데도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변호사 계약상 명시적 접견 의무가 없거나 계약 조건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의뢰인과 변호사 간 사전 계약 내용 확인의 중요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구치소에 수감된 피고인과 변호인의 접견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실현에 있어 중요한 절차”라며 “접견 제도의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결국 법률 서비스 전체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시사법률 임예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