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형자가 형기의 일정 비율을 채운 후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조기 석방되는 가석방 제도의 기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본보는 지난 1월 20일, 과거에는 형기의 90%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 대상이 되는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80% 미만에서도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보
도했다.
24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가석방 허가자는 총 9,483명이다. 이들의 형기 집행률을 분석한 결과, 60% 미만은 16명(0.2%), 70% 미만은 642명(6.8%), 80% 미만은 3,605명(38.0%), 90% 미만은 3,776명(39.8%), 90% 이상은 1,444명(15.2%)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형기의 90% 이상을 채운 가석방 허가자가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해당 비율이 15.2%로 줄어들었으며, 형기의 80% 미만에서 가석방이 허가되는 사례는 2014년 8.1%에서 2023년 38%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석방 허가자의 범수별 현황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2014년에는 3범 허가자가 40명에 불과했고, 4범 이상은 전무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3범이 178명, 4범 이상이 35명으로 증가했으며, 2023년에는 3범이 232명, 4범 이상이 89명으로 늘어났다.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며, 형법상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마친 자’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이전까지는 실질적으로 형기의 80% 이상을 채운 수형자가 주요 가석방 대상이 돼 왔다. 이러한 변화는 수형자의 재사회화를 돕고 교정시설의 수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조정으로 해석된다.

교정통계연보를 확인한 결과, 경비처우급별 가석방 허가도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가석방 허가자 중 완화경비처우급 수형자가 꾸준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2023년에는 전체 가석방자의 66.3%가 완화경비처우급에 해당했으며, 이는 최근 10년간 평균치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교정당국이 가석방 심사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교정성과와 재범 방지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개방처우급 수형자의 비율은 2014년 27.2%에서 2023년 19.4%로 감소했다. 이는 가석방 심사 과정에서 개방처우급 수형자에게만 지나치게 유리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로는 일반경비처우급 수형자의 가석방 비율이 2014년 9.0%에서 2023년 14.3%로 증가한 점이다. 이는 과거보다 경비처우급 수형자에게 가석방 기회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경비처우급의 경우,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1명(0.0%)만 허가됐을 뿐 사실상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높은 경비 수준이 요구되는 수형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보여준다.
결국, 최근 가석방 제도의 변화는 형기 집행률 완화와 더불어 완화경비처우급 중심의 안정적 가석방 유지와 일반경비처우급 확대라는 두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교정시설의 과밀 해소와 수형자의 재사회화 지원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보안과 공공 안전을 유지하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
또한, 법무부는 수형자의 특성과 사회 복귀 가능성을 고려한 조건부 가석방 제도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기 석방을 넘어, 가석방 이후 사회 적응을 돕는 맞춤형 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조건부 가석방 허가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66명에서 2020년 49명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에는 9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대비 약 50% 증가한 수치다.
조건부 가석방 중 대표적인 유형은 ‘치료조건부 가석방’이다. 정신질환자나 마약류 사범에게 치료를 전제로 가석방을 허가하는 것으로, 2019년에는 6명(정신질환자 5명, 마약류 사범 1명)에 불과했으나 2023년에는 73명(정신질환자 42명, 마약류 사범 3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는 가석방 이후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재범을 예방하려는 정책적 변화로 풀이된다.
또한, 출소 후 일정한 직업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취업조건부 가석방’도 시행 중이다. 취업조건부 가석방 제도는 형법 제72조(가석방) 요건을 충족하고, 잔여 형기가 3개월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만, 장기 수형자(징역 10년 이상) 및 무연고 등 보호 관계가 미약한 자는 잔여 형기가 1년 이상인 경우 가능하다. 해당 제도는 교정 기관 출소자의 안정적인 사회 복귀와 중소기업 구인난 해소를 위해 2019년 5월 도입돼 생계 불안으로 인한 재범을 방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는 60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2023년에는 2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다른 조건부 가석방 제도의 확대와 맞물려 취업조건부의 상대적 비중이 감소했음을 보여주며, 교정 기관의 홍보 문제보다는 수용자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문제도 분석된다.
아울러, 특정 범죄자에 대해 가석방 이후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도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형기 종료 후 구금하는 기존의 보호수용과 달리, 보호수용을 조건으로 잔여 형기가 6개월 내외인 수형자를 신청·심사에 의해 가석방하는 제도다. 보호수용 조건부 가석방자에게는 원칙적으로 전자장치를 부착하며,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부과해 주거 제한 및 일정 시간대 외출을 제한한다.
2023년 처음으로 6명이 허가받았으며, 이는 사회 내 거주가 어려운 수형자의 점진적 사회 복귀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조건부 가석방 제도는 치료·취업·보호수용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범 방지와 안정적인 사회 복귀 지원을 목표로 한다.
특히 최근에는 치료조건부의 확대가 두드러져, 단순 석방이 아닌 맞춤형 지원을 통한 교정 효과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이처럼 가석방 기준이 완화되면서 가석방 이후의 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석방 출소 후 재범으로 인한 재복역률은 2019년 7.3%부터 2023년 6.8%까지 평균 6.84%를 유지하고 있다.
법무법인 JK 최성완 대표 변호사는 “가석방 제도는 형기 충족률뿐만 아니라 수형자의 교정 성과, 사회 복귀 가능성, 재범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수형자의 재범 방지와 원활한 사회 복귀를 위해 특히 취업조건부 가석방을 확대해야 한다. 출소자는 생계 유지를 위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재범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교정 시설에서는 전통적인 교정 교화 수단으로 교도 작업을 통해 출소자가 안정적인 사회 정착으로 재범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시사법률 이설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