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OO구치소에 구속되어 재판중인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도 질문이 있어 편지 보냅니다. 바쁘시겠지만 보시면 답장 꼭 부탁드립니다.
폭행 및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공원에서 어떤 술취한 놈이 괜히 시비를 걸길래 멱살을 잡고 넘어트리고 순간 너무 화가 나서 발로 얼굴을 한 4번 밟았습니다.
폭행을 한 건 인정을 하지만 문제는 친구가 절 안고 말리길래 옆에 큰 플라스틱 상자같은 게 눈에 보여서 집어 던졌는데 피해자가 직접적으로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분이 안풀려 옆에 소주병에 마침 술이 있길래 머리에 부은 게 다입니다. 폭행은 인정하지만, 특수폭행 혐의가 맞는건지 궁금합니다.
물건을 던졌단 사실로 피해자가 맞지도 않았는데 특수폭행이 적용되는 건가요? 피해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고, 저도 일부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거 폭력전과가 3번 있는데 그렇다고 특수폭행을 적용한 게 이해가 가질 않는데 어떤 방법으로 재판을 이끌어 가야 하나요?
○○○ 구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1. 사안 및 질문의 요지
귀하는 과거 3회의 폭력전과가 있었고, 이번에 폭행 및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① 피해자의 얼굴을 발로 4회 가격하여 폭행한 사실은 인정하나,
② 플라스틱 상자를 던졌으나 피해자에게 직접 맞지는 않았고, 분풀이로 피해자 머리에 소주를 부은 것에 불과한데 특수폭행이 적용되는지 의문이며,
③ 피해자의 선제적 도발로 인해 정당방위를 주장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입니다.
2. 특수폭행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의 의미
특수폭행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 때 ‘위험한 물건’과 ‘휴대하여’의 의미를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위험한 물건’의 의미
‘위험한 물건’이란 그 물건의 객관적 성질이나 사용방법에 따라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말하며, 대법원은 「어떤 물건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1. 7. 28. 선고 81도1046 판결,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5783 판결 등 참조).
이는 형법 제261조에 규정된 특수폭행죄의 ‘위험한 물건’에 관하여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하급심에서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된 예로는
① ‘흙이 담겨진 플라스틱 화분’을 사람을 향해 내리칠 경우 상대방이나 제3자가 충분히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 하고(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7. 12. 선고 2018고단5451 판결),
② 얼음물이 가득찬 플라스틱 피쳐통을 사람을 향하여 던질 경우 상대방이나 제3자가 충분히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다고 타당하므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10. 26. 선고 2018고단2492 판결).
반면 ① 플라스틱 접시의 모서리가 아니라 둥근 평면 부분으로 피해자의 머리 부분을 때려 3cm 가량의 두부 열상을 가한 사건에서, 위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피해자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꼈으리라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위 플라스틱 접시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창원지방법원 2012. 12. 27. 선고2012노1794 판결),
②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의 청소도구인 스크래퍼 손잡이 부분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때리긴 했으나 그 정도는 세게 내리친 것이 아니라 꿀밤을 때린 정도이고 피해자에게 별다른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건에서, 스크래퍼를 사회통념상 생명 또는 중대한 신체 손상의 위험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9. 11. 22. 선고 2019고정24 판결).
위와 같이 어떤 물건이 객관적으로 살상력을 가진 흉기와 같은 성질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그 사용방법에 따라서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될 수도 있고, 반대로 위험한 물건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플라스틱 접시의 모서리로 피해자 머리를 가격하였거나, 플라스틱 손잡이로 피해자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면 위 하급심 판례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선고되었을 것입니다.
(2) ‘휴대’의 의미
한편 위험한 물건의 “휴대”라고 함은 범행 현장에서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경우를 의미합니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7도771 판결 참조).
범행 현장에서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피고인의 범행동기, 위험한 물건의 휴대 경위 및 사용 방법, 피고인과 피해자와의 인적관계, 범행 전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합리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도 1341 판결 참조),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 아래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몸에 지닌 이상 피고인이 이를 실제로 범행에 사용 하였을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도2018판결 참조).
또한 위험한 물건을 휴대 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피고인이 범행 현장에 있는 위험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면서 언제든지 그 물건을 곧바로 범행에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두면 충분하고, 피고인이 그 물건을 현실적으로 손에 쥐고 있는 등 피고인과 그 물건이 반드시 물리적으로 부착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2024. 6. 13. 선고 2023도18812판결).
(3) 유사 사건
앞서 본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하려는 의도로 플라스틱 의자를 피해자에게 내던진 행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로서 특수폭행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과 유사하게 의자로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혐의로 기소된 특수폭행 사건에서, 피고인은 의자를 들어 올리기만 했을 뿐 의자로 피해자를 위협하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 하였는데, 법원은 아래와 같이 의자를 내던져 피해자가 직접 맞은 사실이 없더라도 곧이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경우 특수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 하였습니다.
「피해자에게 다가가 옆에 있던 의자를 피해자를 향해 던질 듯이 높이 들어올린 점, 피고인은 이내 의자를 바닥에 팽개쳤고, 그 충격으로 의자 일부가 부서진 점, 당시 C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피고인의 행동으로 인하여 상당히 놀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의자를 바닥에 팽개치자마자 피해자의 목 부위를 잡아 식당 외부의 노상으로 끌어내 피해자를 바닥에 주저앉히고 폭행을 이어간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사회통념에 비추어 피고인이 의자를 들어올렸다가 내던진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나 제3자는 생명 또는 신체에 위협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인이 이어서 피해자의 목을 잡는 등 직접 신체에 유형력을 가하는 행위에 나아가는 등으로 특수폭행죄가 성립한 것」(의정부지방법원 2024. 8. 9. 선고 2023노1477 판결).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재질의 의자를 집어던져 상해를 가한 특수상해 사건에서, 피고인은 바닥에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던지고 피해자의 멱살을 잡은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그 의자에 맞거나 그로 인해 상해를 입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법원은 피고인이 던진 의자의 크기, 재질, 형태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됨은 물론, 피고인이 직접 위 의자를 들어 피해자를 향해 던진 이상 이는 휴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청주지방법원 2023. 12. 5. 선고 2022고단2741 판결).
3.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① 플라스틱 재질의 의자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가할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고, ② 피해자가 직접 의자에 맞지 아니하였으므로 단순폭행에 불과하며, ③ 상대방의 도발에 의한 정당방위를 주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플라스틱 재질 의자를 피해자에게 내던진 행위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사람을 폭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위험한 물건 부분을 다투는 것은 실효성이 적어 보입니다.
둘째, 원칙적으로 특수폭행죄의 폭행은 사람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즉 직접폭행만을 의미하므로, 피고인이 던진 의자에 피해자가 맞지 아니하였다면 특수협박죄는 성립할 수 있을지언정 특수폭행죄가 성립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폭행 + 의자 던짐 + 폭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인 의자를 피해자를 향해 집어던진 것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일체의 유형력의 행사이므로, 반드시 때리지 않더라도 귀하가 의자를 던진 직후 피해자의 머리 위에 소주를 부은 행위 역시 폭행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의자에 직접 맞지 아니하더라도 폭행의 전후 과정에서 위험한 물건인 의자를 이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특수폭행으로 의율하는 것이 크게 무리한 기소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피해자가 직접 의자에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특수폭행 부분을 다툴 여지는 있으나, 관련 하급심 판례들을 보면 이와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진 경우를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셋째, 정당방위 성립을 엄격하게 인정하는 판례 태도에 비추어 볼 때, 설사 쌍방폭행 또는 피해자로부터 유발된 행위라도 정당방위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특수폭행 부분의 무죄를 다투기 보다는 벌금 또는 집행유예가 선고된 동종·유사사건의 판결례를 참고자료로 제출하여 선처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위 유사사건 중 특수상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청주지방법원 2023. 12. 5. 선고 2022고단2741 판결), 특수폭행- 벌금 1,500만 원(의정부지방법원 2023. 5. 18. 선고 2023고정4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