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JK [담장 너머 우체부] 압수수색 참여 안 한 피의자, 증거능력 배제될까?

 

Q1.

안녕하세요. 사선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으나 제대로 된 설명도 없고 방향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답답해서 혹시나 하는 맘에 질문드려봅니다.


범죄단체 조직 및 사기 방조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저는 중국에 있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단순히 비자 발급을 도와준 것뿐이고, 그 지인이 나중에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심부름할 동생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여 시켜준 것뿐입니다. 제 통장으로 수익금을 받은 것 또한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떤 목적을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그들이 보이스피싱이란 걸 몰랐고 단지 여행 또는 취업 목적으로 비자를 받아주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범죄단체 활동 방조나 사기 방조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보이스피싱인 줄 모르고 아는 동생을 소개시켜 준 게 문제가 되는지요.


검찰 공소장에 상용 비자 발급을 도와주고 조직원들을 소개시켜 주고 수익금을 챙겼다고 하는데, 어디에도 제가 이득을 본 것도 없고 제가 직접적인 범행에 가담한 적이 없습니다.
단순히 출국 관련 서류를 작성해 주고 사람을 소개시켜 준 게 형사처벌 사유가 되는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 말씀처럼 단순히 여행 또는 취업 목적 비자 발급 등 출국 관련 서류를 작성해 주었다면 범죄단체 가입 활동 및 사기죄에 관한 인식이 없었으므로,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사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사람을 소개시켜 주고 출국 관련 서류를 작성해 주는 것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의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경우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범행 전후의 정황사실에 비추어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등 참조).」


사기죄는 기본적으로 재산범죄이므로, 귀하가 범죄수익을 전혀 취득한 사실이 없고 수사기관도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귀하의 사기죄를 공모하거나 보이스피싱 범행인 줄 알고도 가담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다만 중국에 있는 지인과 귀하의 관계, 심부름할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위해 소개를 부탁받은 것인지, 해당 업무에 대해 약속한 급여나 수익이 업무에 비해 지나치게 크지 않은지, 단순히 일회성으로 그쳤는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일인지, 소개를 요청한 지인이나 귀하가 소개한 사람 등 관련 공범들이 귀하에 대해서 진술한 내용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귀하의 이전 범행 전력 특히 사기죄 등 동종 전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Q2.

안녕하세요. 시사법률 신문을 보다가 저와 비슷한 판례가 있어 물어봅니다.


다름이 아니고 여자친구와 같이 현금 전달책 일을 하였습니다. 피해자는 총 8명이고 6천만 원인데 여자친구와 현장에서 체포가 되었습니다.


경찰이 첫 조사 때 여자친구와 저를 분리해서 조사를 했는데, 아이폰 비번을 풀라고 하길래 비번 안 가르쳐줬거든요. 저는 처음 조사 때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고 주장을 했는데 그날 저는 5시쯤 먼저 유치장에 들어왔고 여자친구는 10시인가 해서 들어오더라고요.


나중에 진술기록을 보니 여자친구는 처음부터 다 자백을 했어요. 문제는 그날 여자친구가 유치장에 들어오면서 경찰관이 저한테 뭘 서명하라고 주길래 그냥 했거든요. 이제 보니까 그날 저녁에 압수물 현장검증을 했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아이폰 비번도 다 풀어주고요. 근데 당사자인 제가 압수물 현장검증에 참석을 안 시켰는데 경찰들이 이게 증거 효력이 있나요? 부인해도 가능한가요?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귀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으로 현행범 체포되었고, 수사과정에서 귀하는 범행을 부인하며 아이폰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한 반면, 여자친구가 자백하면서 귀하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여 수사기관이 귀하의 아이폰을 수색하여 전자정보를 습득한 사안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은 귀하에게 무슨 서류에 서명하도록 하였는데, 이는 아이폰 수색과정에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참여권 포기서이거나, 아이폰 또는 습득된 전자정보의 소유권을 포기한다는 소유권 포기서로 보입니다.


이 사안과 관련된 법적 쟁점은,


첫째, 아이폰 압수가 적법한지,


둘째, 본인의 허락 없이 아이폰 비밀번호를 풀어 습득한 전자정보가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셋째, 아이폰 소유자이자 보관자인 피의자의 참여권이 침해되었고 그로 인해 수집한 증거에 관하여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배제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첫째,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의 압수는 적법합니다.


현행범이란 범죄의 실행 중이거나 실행의 즉후인 자를 말합니다(형사소송법 제211조 제1항). 현행범은 영장주의 원칙의 예외로 인정되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제212조). 눈앞에 현행범이 있는데 법원의 영장을 기다려 체포할 것을 기대할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을뿐더러(제218조), 피의자를 체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 없이 체포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편지에 나타난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귀하는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범죄 실행 중 체포된 것이어서 범죄 혐의가 명백하고,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한다면 체포의 필요성 또한 충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적법한 현행범 체포로서 이에 따라 영장 없이 귀하가 소지한 아이폰을 압수한 것 역시 적법한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본인의 허락 없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어 습득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 여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있어서는 건정(자물쇠)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처분은 압수물에 대하여도 할 수 있으며(형사소송법 제120조), 이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됩니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잠겨 있는 휴대폰의 비밀번호를 풀거나 포렌식 등 기술적 방법으로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취득하는 것 역시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 적법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압수물이 특정되어 있는 주거 등에 관한 일반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스마트폰은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에 관한 정보나 별건 범죄에 관한 증거 등 포괄적인 정보가 담겨 있으므로, 압수·수색에 관하여 엄격하게 제한하여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특히 현행범 체포에 따른 압수는 영장주의의 예외이므로, 예외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입장에 따르면, 위와 같이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제공한 휴대폰 비밀번호로 잠겨 있는 휴대폰을 개봉하여 그 속의 전자정보를 습득한 행위는 영장주의에 위반되어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볼 여지도 다분합니다.
따라서, 위 쟁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법리적으로 다퉈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형사소송법 제120조에 따라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포렌식 등으로 얻은 휴대폰 전자정보에 관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하급심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한다고 곧바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본 사건의 경우, 예컨대 클라우드에 별도로 저장된 전자정보와 달리, 별도의 압수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폰과 그 내부의 전자정보 중 체포의 근거가 된 범죄와 관련 있는 전자정보가 일체로서 체포 후 압수 또는 임의 제출물로서 압수된 것이어서(쉽게 말하면 압수한 아이폰 그 자체에 기록되어 있는 범죄 관련 전자정보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셋째, 여자친구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


한편 이 사건의 경우, 제3자인 여자친구가 귀하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한 것을 두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만약, 여자친구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범죄라면, 이를 이용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역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보호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합니다.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다면 위 법에서 말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아이폰 잠금 해제 비밀번호는 그 자체로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아니라고 할 것이나, 다른 정보인 아이폰 내부의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에 해당하므로, 개인정보보호법의 적용 대상인 “개인정보”에는 해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이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 행위의 주체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이고, 그 대상은 “업무로 알게 된 개인정보”에 국한하므로, 귀하의 여자친구는 개인정보보호법상의 개인정보 처리자가 아니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넷째,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배제되었다면 위법한 증거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에 관한 복제·탐색·출력 등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피의자·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이하 ‘피의자 등’이라 한다)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므로 그로 인해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사건의 경우, 귀하가 참여권 포기에 관한 서류에 직접 서명을 한 것으로 보이므로, 수사기관 측에서는 피의자가 참여권 포기의 의사를 밝힌 이상 적법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첫째,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참여권을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인이 있다면, 변호인이 독자적으로 이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설령 피의자가 참여권을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변호인에게 별도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아니한 이상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다만, 현행범 체포 당일 압수·수색의 집행이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본다면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둘째, 귀하가 서류의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서명하였고, 수사기관이 귀하에게 위 서류가 참여권 포기 서류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고 서명하게 하였다면, 피의자인 귀하의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여 그로 인해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여야 한다고 다툴 여지는 있습니다.


다만, 이와 같이 참여권 포기의 의사를 밝혔으나, 의사표시에 있어서 하자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명시적인 판례는 찾기 어려우므로, 하급심과 항소심, 대법원까지 법리 다툼이 이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따라서, 귀하가 비록 참여권 포기 서류에 서명하였다고 하더라도, 참여권의 실질적 침해가 있다고 주장하여 그로 인해 취득한 증거는 위법 수집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관한 명시적인 판례는 없어 재판을 통해 본인에게 유리한 법리를 체계적으로 주장하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위 증거를 배제하더라도 공범 진술 및 다른 증거들을 통해 혐의사실이 입증될 수 있으므로, 위법 수집 증거 배제만으로 무조건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닌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