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안팍] 합의하에 관계했는데 강간죄? 피해자 진술 외 증거 없다면…

술 취한 상태에서 가진 성관계
법원 준강간죄 판단할 수 있어

 

Q. 안녕하세요. 현재 강간죄로 구속 재판 중입니다. 사선 변호인이 선임되어 있으나, 접견을 와서 물어봐도 그냥 “해보자, 합의는 어떠냐?”라고 하여 시사법률을 보다가 문의드려봅니다.


과거 전과는 폭행, 5년 전 강제추행 전과가 있습니다. 클럽에서 만난 여성인데 2차로 술을 한잔하고 서로 많이 취한 상태에서 모텔을 갔습니다.


저도 정신이 없고 많이 취한 상태라서 서로 침대에 누웠다가 제가 팔베개를 해주었고, 서로 입술이 닿아서 관계를 하였습니다.


피해자의 저항도 없었고, 서로 소통하면서 관계를 했습니다. 새벽 4시에 모텔에 들어가서 낮 12시에 나왔는데, 상식적으로 제가 강제로 관계를 했다면 여자분이 술이 깨고 나가고도 남았을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제가 학원에 가야 해서, 여성은 모텔 안에 있고 제가 먼저 나왔습니다. 이튿날 전화를 했더니 수신 차단이 되어 있어서 그냥 나를 하루밤 놀이개로 생각했나, 그게 다였습니다.


그리고 강간죄로 구속이 되었습니다. 모텔 CCTV도 같이 들어간 영상이 있고요. 검찰에서 얼마 전 증인으로 여성의 친구를 불렀는데, 여성이 그날 친구에게 “나 강간당했다”고 했다는데 이런 것들이 무슨 증거가 되나요?


변호사는 피해자가 진술이 일관되고 그 뒤 정황들이 강간이 맞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제가 강제로 했는지 어땠는지, 어떻게 피해자 진술만 신빙성이 있는 거죠?

 


 

 

A. 우선 성범죄는 대체로 은밀한 곳에서 피해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게 되므로, 직접적인 증거로는 피해자의 진술만 있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형사재판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 평가 요소입니다. 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에는 그 진술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는지,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은 없는지,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나 이유는 없는지, 다른 물증이나 제3자의 진술과 일치하는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위 사안을 보면, 두 사람이 클럽에서 만났고 서로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으며 모텔까지 같이 들어가는 장면이 CCTV에 찍혀있고, 새벽 4시에 모텔에 들어가서 다음 날 낮 12시에 나왔는데 질문자께서 먼저 모텔에서 나왔다는 사실은 인정되어 보입니다.


질문자는 강간죄로 기소가 되었다고 했는데, 강간죄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을 한 경우에 성립하고, 그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모텔에 함께 들어가기 전후의 상황에 대하여 위에서 언급한 사실관계들이 인정이 된다면, 모텔 안에서 갑자기 폭행 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하였다고 하기에는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이므로 강간의 혐의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다퉈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질문자께서 언급한 위 내용을 보면, 강간죄가 아니라 준강간죄로 기소되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바, 준강간죄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하여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거나 술, 약물 등에 의해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상태의 경우 심신상실이 인정됩니다.


이 사안에서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순간 의식을 잃었다고 주장하여 만약 준강간죄로 기소가 되었다면, 준강간의 혐의 유무를 다투기는 좀 더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준강간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거의 비슷하나, 그 외에도 피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량,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사건 이후 양 당사자의 반응 등 여러 요소가 더 추가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