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JK [담장 너머 우체부] 보이스피싱 공범 간 합의의 효력 범위

 

Q. 안녕하세요, 신문 잘 보고 있습니다.저는 현재 ○○지법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사기 혐의로 재판 중입니다.


현금 수거책 역할을 했고, 수고비 5%를 받고 2번에 걸쳐 다른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피해자는 총 5명인데, 2명은 실제 피해금 2,400만 원, 나머지 3명은 출금 실패(미수, 1,300만 원)입니다.


저는 피해자와 통화하거나 속인 적은 없고, 단지 돈 찾아서 보내달라는 지시만 받았습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보이스피싱이라는 걸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사기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또, 총책이 일부 피해자와 합의 중이라는데, 같이 재판받는 게 아니라면 그 합의가 저한테도 인정되는 건가요?


아니면 저도 따로 합의해야 하나요? 피해자가 합의금을 두 번 받는 건 아닌지도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이라 꼭 답변 부탁드립니다.


○○○ 구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JK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보이스피싱 사기범죄의 현금수거책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사기 기수 2건(2,400만 원)과 미수 3건으로 재판 중입니다.


귀하 질문의 요지는 첫째,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는데도 사기의 공모 및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지, 둘째, 총책이 피해자와 합의했을 때, 본인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 본인도 별도로 합의해야 하는지 여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번째부터 살펴보겠습니다.


1.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의 「공모」 인정 기준


범죄로 처벌받으려면 객관적 실행행위가 있어야 하고, 주관적으로 고의(과실범의 경우 과실로)로 범죄를 저질러야 합니다. 한편 2인 이상이 공동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는 각자에게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할 의사, 즉 공모(공동가공의 의사)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판례에 의하면 공모는 반드시 여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구체적으로 범죄를 모의하여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비록 전체가 모여 명시적으로 범죄를 모의하지 않더라도,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서로 통하기만 하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에 가담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반드시 정형화된 모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함께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됩니다.


비록 전체가 모여 구체적으로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순차적이거나 암묵적으로 서로 의사가 통하면 공모관계는 성립합니다. 이러한 공모가 인정되면,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사람도 공동정범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공모는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요소이므로 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합니다. 특히 피고인이 공모나 범의를 부인할 경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간접사실이나 정황사실을 통해 입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정황이 공모를 뒷받침하는 간접사실인지 여부는 경험칙과 합리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그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참조).」


귀하가 ‘총책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다’라는 말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보이스피싱 범행을 공모한 적도 없다라는 주장으로 볼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공범 전체가 함께 범죄를 모의하지 않더라도, 총책 -> 모집책 -> 현금수거책으로 이어지는 순차적 또는 암묵적 관계로도 공모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드물기는 해도 검사의 재량에 따라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으로 기소되는 경우가 있는데, 방조범은 법률상 필요적 감경사유에 해당하여 정범의 형보다 감경하여 처벌됩니다.


2.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의 「고의」 인정 기준


고의란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하겠다는 마음 속 결심입니다. 법적으로는 구성요건사실을 인식하고 의욕하려는 내심의 의사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고의의 인식대상인 구성요건사실 즉 범죄는 ‘모든 범죄’가 아니라 ‘특정한 범죄’를 의미하므로 “뭔지 잘 모르지만 나쁜 일이겠지, 그래도 하겠어”라는 것만으로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말이죠.


여기서 ‘미필적 고의’가 등장합니다. “뭔지 잘 모르지만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어(미필적 인식)”라고 생각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미묘한 차이입니다만 “뭔지 모르지만 나쁜 일”, 즉 불법이라는 생각만으로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죄가 특정되지 않는 반면, “뭔지 모르지만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사기 범행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담겨 있기 때문에, 사기죄의 고의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귀하가 “조금 이상한 것은 알았지만 보이스피싱 사기인줄은 몰랐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주장입니다. 현금 전달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불법도박, 탈세 등에서도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피고인이 자기가 하는 일이 불법 또는 탈법적인 일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보이스피싱 수거책이라는 점을 몰랐다고 주장한다면, 검찰이 고의를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하나의 범죄행위에 관여한 여러 사람 중 한 명인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그 피고인에게 고의가 없어서 죄책을 물을 수 없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등 참조).」


이와 관련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하였다고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과, 다시 항소심을 파기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겠습니다.
- 미필적 고의를 부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대전지방법원 2023노999 판결) -


「불법적인 금전거래는 도박, 탈세, 환전 등 다양한 경우가 있고, 보이스피싱 범행이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만으로는 그 범행행태나 수법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실제로 언론 등을 통해서 보이스피싱 범행 수법을 알게 되었다는 증거도 없으며, 범죄전력이나 보이스피싱 범죄로 수사를 받은 경험도 없는 피고인이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고 볼 사정도 없다.」


-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은 미필적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어 파기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보이스피싱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고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인 피고인이 현금수거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공모사실이나 사기죄의 고의를 부인하고, 공모사실이나 고의를 증명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원 등 범행관련자들의 진술도 없는 경우, 그 공모사실이나 고의의 인정여부는 현금수거책과 보이스피싱 조직원인 공범 사이에 이루어진 의사연락의 내용과 그 연락수단, 현금수거업무를 맡긴 사람을 직접 대면하였는지, 그 과정에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 등이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을 비롯하여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하게 된 경위와 과정이 통상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현금수거업무의 구체적 내용과 절차, 현금수거를 위해 피해자를 만났을 때 피해자에게 보인 행태와 언동, 현금수거를 위해 사용한 구체적 수단, 특히 피해자에게 제시하거나 교부한 공문서나 사문서 등이 있는 경우 그 문서의 생성, 작성 경위, 그 내용 및 작성명의자 등과 피고인이 맡은 현금수거업무의 관련성, 피고인의 현금수거 횟수와 수거액의 규모, 수거한 현금을 다시 다른 사람의 금융계좌 등으로 전달, 교부, 송금할 때 사용한 방법, 특히 제3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보수의 정도나 그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 지능, 경력 등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피고인은 (중략) 별도의 면접절차를 거치지도 않았고 피고인의 신원, 신용을 확인하거나 보증하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며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한 적이 없다. 또한 피고인은 부동산 시장조사 업무를 담당한지 며칠 만에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시작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채용절차 및 현금수거업무를 담당한 경위와 과정은 이 사건 당시 코로나19 감염병이 확산되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다. 피고인은 자신을 채용한 위 법인의 사이트에 접속하기만 했을 뿐 회사의 조직, 업무, 실체, ‘공소외 11’의 실존여부 등에 대해서 제대로 확인한 바도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비정상적이거나 이례적인 절차로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략) 피고인이 채용되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중개법인과는 전혀 무관한 금융감독원장 명의의 공문서나 금융기관 명의의 사문서를 파일로 전송받아 출력한 다음 이를 피해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교부였다.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을 은행의 ATM 기기(그 기기에는 일반적으로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하여 현금을 입․출금, 송금하는 것은 보이스피싱 범행일 수 있다’는 취지의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주의 문구가 있다)를 통해 약 100만 원씩 쪼개어 각 100만 원마다 ‘공소외 11’이 지시하는 대로 피고인이 전혀 모르는 여러 사람들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여 부동산중개법인과는 무관한 제3자에게 송금하거나 다른 현금전달책에게 전달해주었다.

 

이러한 현금수거 및 송금 또는 전달방식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사용한 거래로서 사회일반의 거래관념이나 경험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다. 또한, 상당히 이례적인 절차로 채용하여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는 피고인에게 거액의 현금수거업무를 맡기는 경우는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가 아니면 상정하기 힘들다. (중략) 피고인은 이러한 현금수거업무가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여 피고인이 현금수거업무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있더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까지 인식하였다고 볼 수 없고, 미필적 고의 또한 입증되지 않았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피고인의 고의와 관련성이 있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와 같은 현금수거업무는 매우 이례적이고 보이스피싱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보이스피싱 범행 가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1심, 항소심, 그리고 대법원의 판단이 갈렸다는 것은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재판부가 보이스피싱의 중대한 사회적 해악을 중시하여 피고인을 엄벌하는 입장인지, 아니면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하여 유죄를 인정하는 데 엄격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적어도 현재까지 대법원의 입장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있어서 미필적 고의를 부인하는데 소극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본인 스스로 피해자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유리한 양형사유로서 통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처벌불원의사」가 담긴 서면이 제출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처벌불원의사는 개인별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공범 중 일부의 합의가 다른 공범에게 당연히 효력이 미치는 것은 아니고, 피해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정도는 개별적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총책이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 그 합의서에 귀하를 포함하여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적지 않았다면 이는 유리한 양형사유인 상당한 피해회복 등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귀하 스스로 피해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본건 사기범행으로 인해 귀하가 취득한 범죄수익이 경미하고, 피해자는 다른 공범들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아 실질적으로 피해자가 입은 피해가 회복되었음을 재판부에 말씀드리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