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지역에서 외국인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최근 5년간 40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치상으로는 감소 흐름이 보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도내에서 외국인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한 성범죄는 총 40건이다. 연도별로는 △2021년 12건 △2022년 11건 △2023년 4건 △2024년 9건 △2025년 4건으로 집계됐다. 2021~2022년과 비교하면 최근 2년간 감소한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통계상 감소가 곧 범죄 감소를 의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언어 장벽과 체류 자격에 대한 불안, 제도 접근성 부족 등이 신고를 가로막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완주군에서 발생한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께 완주군 한 빌라에서 베트남 국적 여성 A씨가 30대 남성 B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국어가 서툴렀던 A씨는 직접 신고하지 못하고 먼저 귀화해 국내에 체류 중이던 여동생에게 도움을 요청한 뒤에야 경찰에 사건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여성 상담을 10여 년간 이어온 한 현장 전문가는 “여동생의 조력이 없었다면 신고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며 “언어 문제뿐 아니라 체류 자격과 고용 관계에 대한 불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판례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중국 국적 여성 근로자를 고용한 뒤 2차례 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건 발생 약 6개월 뒤 신고한 점을 두고 피고인이 무죄를 주장한 사안을 다뤘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즉시 신고하지 않았고 상당 기간이 지난 뒤 고소했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 자격이 없었던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면 신고 경위에 수긍이 간다”며 “단순히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2019고합318).
이는 외국인 여성 대상 성범죄 통계가 감소하더라도 신고를 억제하는 구조적 요인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초기 대응 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전문가는 “피해 직후 어디에,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다국어 안내와 통역 지원이 초기에 제공되지 않으면 증거 확보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로유의 배희정 변호사 역시 “언어 장벽과 체류 자격에 대한 불안, 위계 관계 등은 피해자가 신고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인 피해자를 위한 법률 안내와 보호 체계를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여성 대상 성범죄를 단순 통계 문제가 아닌 제도 접근성과 보호 체계 전반의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통계상 감소 여부를 단정하기보다, 신고 접근성 개선과 다국어 지원 체계 보완 등 제도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