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내 초등학생을 다치게 했지만 사고 직후 즉각적인 구호 조치를 한 운전자가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2부(박정홍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형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A씨는 지난해 6월 경남 양산시 한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회전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을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B양은 발목 골절 등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었다.
검찰은 A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진입 전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하고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이후의 대응을 양형 판단에 반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직후 차량에서 내려 B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이후 B양의 부모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한 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피해자 측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선고유예 사유를 밝혔다.
도로교통법 제12조 제1항은 어린이를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자동차 통행 속도를 시속 30킬로미터 이내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유사 사건에서도 사고 후 구호 조치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됐다. 2020년 청주지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에서 9세 아동에게 2주 상해를 입힌 뒤 “괜찮다”는 말을 들었다는 이유로 이름이나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현장을 떠난 운전자에게 도주치상을 인정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필요한 조치에는 신원 고지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어린 피해자의 경우 ‘괜찮다’는 말만으로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한편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는 어린이보호구역 보행 교통사고가 초등학교 저학년과 하교 시간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보행 어린이 사상자는 총 1816명(사망 12명·부상 1804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초등학교 저학년(만 7~9세)의 피해가 가장 많았다. 만 8세 사상자가 324명(사망 5명)으로 가장 많았고 7세 307명(사망 1명), 9세 297명(사망 1명) 순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정규 수업을 마친 뒤 하교하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가 471명, 학원 이동과 야외 활동이 많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가 495명으로 나타났다. 두 시간대 사상자만 전체의 53.1%를 차지했다.
법률사무소 로유 배희정 변호사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운전자에게 강화된 주의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책임이 무겁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사고 이후 피해자 구조나 신고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신속히 이행했는지는 양형을 판단할 때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직후 현장을 이탈하지 않고 119 신고나 응급조치를 하는 등 책임 있는 대응을 했다면 법원이 반성 여부와 함께 이를 참작할 가능성도 있다”며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는 일시정지와 서행 등 기본적인 교통 수칙을 철저히 지켜 사고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