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제도는 「형법」 제72조에 근거한다. 이 조항에 따르면, 무기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20년 이상, 유기형을 선고받은 수형자는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운 경우 가석방 대상이 된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형기의 3분의 1 이상이 되면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실질적으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가석방이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제도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가석방 기준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엄격한 수준이다. 영국은 형기의 절반을 채우면 자동적으로 가석방을 허가하는 ‘절반형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독일은 형기의 4분의 1 이상, 미국은 일부 중범죄를 제외하고 형기의 5분의 1 이상을 채운 수형자를 대상으로 가석방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형기 종료 직전인 90% 이상 집행률에서 가석방이 허가되는 사례가 많아 기준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24 교정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3년 가석방 허가자는 총 9,483명이다. 이들의 형기 집행률을 분석한 결과, 60% 미만은 16명(0.2%), 70% 미만은 642명(6.8%), 80% 미만은 3,605명(38.0%), 90% 미만은 3,776명(39.8%), 90% 이상은 1,444명(15.2%)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형기의 90% 이상을 채운 가석방 허가자는 평균 24%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형기의 90% 이상이 15.2%로 줄어들었으며, 형기의 80% 미만에서도 가석방이 허가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가석방 허가 기준이 과거보다 완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엄격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 도입된 조건부 가석방 제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가석방은 수형자가 교정 성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한 경우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지난 시점에서 가석방을 허가하도록 한 제도다.
이는 재범 방지와 재사회화라는 교정 행정의 목적에 부합하며 가석방 허가 이후 처분이 실효되지 않는 한 형의 집행이 종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별화된다.
가석방이 재범률 감소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된다. 2024년 교정통계에 따르면, 형기 종료 후 재복역자는 5,850명(29.2%)인 반면, 가석방된 후 재복역자는 558명(6.8%)에 불과했다. 이는 가석방된 수형자들이 형기 종료 후 출소한 수형자들보다 재범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석방 심의 과정에서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재범 가능성이 낮은 수형자를 선별적으로 가석방한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2023년 가석방 출소자는 전체 출소자의 19.6%에 그쳐 여전히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석방 제도가 재사회화와 재범 방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석방 기회를 확대하고 더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회 내 처우를 강화하는 개방적 행형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 교정 행정 역시 이에 발맞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향후 가석방 제도는 단순히 형기 단축을 위한 수단을 넘어, 수형자 개인의 변화와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
가석방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심사 기준의 유연화와 함께 가석방 이후 관리와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가석방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의 기록을 주기적으로 공개하고, 가석방 후 관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이는 제도의 신뢰도를 높이고, 가석방 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기반이 될 것이다.
법무법인 민 윤수복 변호사는 “가석방 제도가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재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보다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석방은 단순한 형기 단축이 아니라 수형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중요한 정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