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에서 과실치사로 변경 가능성은?

만취 상태와 고의 부재 증명해야

 

Q . 안녕하십니까? 저는 현재 목포교도소에서 살인으로 수감 중인 자로서 1심 재판 진행 중입니다. 1심 구형 24년을 받고 보호 관찰 명령서 등 병합으로 진행 중입니다.


저는 2024년 7월경 선박에서 생활하는 갑판장으로서 다른 선원들과 함께 피항을 들어와서 목포시 지도읍 항에서 정박해 있는 중 여러 명(약 15명)이 서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의견 다툼으로 피해자의 뺨을 한 대 때렸으며 (만취로 기억은 못 하지만 같이 마시던 선원 한 명이 목격했다 진술) 그 후 선박 옆 통로에서 주먹으로 턱을 1회 가격하자 피해자가 기절했고, 피해자를 바다에 밀어 살해했다는 검사 측 공소 사실로 살인 조서를 받고 재판 중입니다.


이에 현재 제가 주장하는 사실은 기절해 있는 피해자를 깨우기 위해 정신 차리게 할 목적으로 팔과 어깨를 붙잡고 물속에 밀어 넣었다 건져 올리려는 목적으로 행동하던 중 손에 힘을 놓쳐서 만취해 있던 상황이라 피해자가 물속에 가라앉아버렸고, 바로 해경에 신고하고 정박하여 있던 선박이 움직이게 하여 피해자가 선박 밑에서 나올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이 제가 주장하는 상황입니다.


검찰은 이를 살인 혐의로 공소했지만, 저는 살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사고였다고 주장합니다. 사건 당시 만취로 판단력이 부족했고, 피해자와는 평소 다툼 없이 지냈음을 동료들의 증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점은 첫째, 살인 혐의를 과실치사로 공소 변경할 가능성이 있는지, 둘째, 자수 및 구조 시도 등을 근거로 감형이 가능한지, 셋째, 만취 상태를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아 형량을 줄일 여지가 있는지입니다. 또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추가 증거나 법적 대응 방안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 문의하신 내용은 살인죄로 기소되어 1심 변론종결 후 선고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과실치사죄로 공소장변경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먼저 형사소송법상 공소장변경 절차에 대해 살펴보면,

검사의 신청으로 법원의 허가를 얻어 공소사실 또는 적용법조를 추가, 철회, 변경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허가하여야 하며,

법원이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98조).


따라서 피고인이 공소장변경을 신청할 수 없고, 검사가 법원의 허가를 받아서만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본 사건은 변론이 종결되어 1심 선고만을 앞두고 있으므로, 1심 선고 전에 변론이 재개되어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공소장변경이 없더라도 사건의 심리 결과 살인죄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살인죄 부분에 관하여는 무죄로 판단하면서, 축소사실인 과실치사에 관하여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면, 검사가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 신청(폭행 또는 과실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본 사건은 공소장변경 여부와 상관없이 살인죄에 관하여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지로 귀결되는 문제이고, 이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첫째, 피해자를 물에 빠뜨린 사실은 인정하나,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피해자와의 기존 관계에 비추어 살인의 동기도 없으며, 둘째, 만취로 인해 책임무능력(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먼저, 기절한 피해자를 깨우기 위해 팔과 어깨를 붙잡고 바닷물에 밀어 넣었다가 놓친 사건을 두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지 아니면 사망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의도한 것은 아니므로 과실치사(또는 폭행치사)에 불과할지에 대한 판례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법원은「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에게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충분하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고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도21254 판결 등 참조).


일례로 선원들이 부두에 정박 중인 선박의 갑판 위에서 서로 다투다가 피고인이 순간 화가 나 피해자의 다리를 들어 올려 바다에 떨어뜨렸으나, 피해자가 정신을 잃지 않고 수영을 하여 육상으로 올라온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의 다리를 들어 올려 바다에 빠뜨리기는 하였지만,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예견하지 못하였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하급심 판례에 따르면

이 사건 당시는 00:30경으로 인근의 조명이 모두 꺼진 상태여서 매우 어두웠으며, 2월 초순으로서 당일 최고기온은 6.2°C, 최저기온은 0.5°C였으므로 바닷물의 온도도 매우 낮았을 것이어서,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는 수영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수면으로부터 이 사건 선박 현측까지의 높이는 2m 정도여서, 물에 빠진 피해자가 선박 위로 올라오는 것은 선박 위에 있던 다른 선원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어려웠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비록 이 사건 선박이 정박 중이었고 피해자가 바다에 빠진 장소와 부두의 거리가 20m 정도였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3. 5. 9. 선고 2013고합52 판결)


또한 아내가 자신의 외도를 의심하며 욕설을 하는 남편에 대한 분노감으로 동승한 차량의 엑셀을 밟아 저수지를 향해 돌진하여 차량이 전복되어 저수지에 일부 잠기고 그 충격으로 남편이 목뼈 골절을 입어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익사한 사건에서, 피고인은 30년 이상 남편과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해오며 남편을 살해할만한 동기가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과 일련의 사고를 예상하지 못하였으며, 피해자가 목을 다쳐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경로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하급심 판례는 「피고인은 격분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미필적·순간적으로나마 예견하면서도 우발적·충동적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저수지로 돌진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결국,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하여 유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1. 2. 10. 선고 2019고합143 판결)


위와 달리 본 사건의 경우, 애초에 피해자를 물에 빠뜨리려는 의도는 없었던 점, 범행 이후의 정황으로 구조를 위한 적극적인 행위가 있었던 점 등 유리한 사정이 존재하므로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사안에서 만취를 이유로 심신장애에 해당하여 무죄 또는 감경이 가능한지 살펴보면, 당시 피고인이 완전한 심신상실 상태, 즉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전혀 없었는지는 의문이며, 실무상 만취상태를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예도 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양형에 있어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수 있습니다.


답변드린 내용과 함께 1심 선고 결과를 살펴 항소심에서 무엇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주장인지 적절히 대응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