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너머 우체부] 자수 증거 제출했지만 판결문 반영 안 돼… 재심 요건 가능할까?

 

Q. 저는 현재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형이 확정되어 복역 중인데 재심에 대해 문의 드리고자 합니다.

 

1. 자수 감경에 대한 판단 누락
보이스피싱 팀장으로 활동하다가, 사건 초기인 2019년 중국에서 조사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서울경찰청 광수대에 자수 의사를 전달하였는데, 담당 형사가 “아직 너 차례가 아니다. 다시 중국에 가 있어라”며 자수를 보류하였습니다. 이후 코로나 때문에 몇 년 간 귀국이 지연되다가, 태국에 체류 중 2022년 변호사를 선임해 자수서를 제출하였고 형사와 대사관에 연락해 귀국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인터폴이 집에 와 체포되었다가 태국에서 불법체류 재판만 마치고 석방되었고, 제가 직접 티켓팅해 한국으로 귀국하여 경찰에 찾아갔는데, 판결문에는 태국에서 체포되어 국내에 송환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 재판에서 검찰 구형 10년에 1심 징역 8년 선고, 항소심 징역 12년 10개월 선고되어 확정되었습니다. 판결문에는 자수에 대한 판단이 없고, 오히려 태국에서 체포되어 국내로 송환됐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2019년 경찰서 방문, 2022년 자수서 제출 다 증거로 제출했지만 공소장이나 판결문에는 반영이 안됐습니다.

 

2. 공범 처벌과 형평성
같이 체포된 5명 중 4명이 저와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받았는데, 다른 재판부에서 재판 받은 1명은 징역 2년 10개월의 형에 그쳤고, 함께 재판받은 사람은 징역 9년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공범 수십 명 중 콜센터 역할은 2년 ~ 3년, 저랑 같은 팀장급은 3년 ~ 4년을 선고받았는데, 제 공범 수십 명 중 저희 재판부만 유독 형량을 많이 주셨습니다.

 

3. 재판 진행 경과 및 의문
항소심에서 합의를 위해 기일 연장을 요청했지만 재판부가 “필요 없습니다”라고 답하셨고, “피해자 중에 자살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번 돈으로 도박이나 유흥에 펑펑 썼겠죠?”라는 있지도 않은 일을 예상하고 선고를 해서 올려치기를 당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재심이나 헌법재판을 해 볼만 한가요? 보이스피싱이 무슨 재심이냐, 무슨 위헌이냐 하겠지만, 정말 법으로만 봤을 때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 교


A.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JK 형사전문 이완석 변호사입니다. 보이스피싱 팀장으로 범행에 가담하여 검찰 구형 10년에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12년 10개월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재심이 가능한지 문의하셨습니다.

 

특히 변호인을 통해 경찰서에 자수서를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판결문에 자수 감경에 대한 판단이 없었던 점에 대해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가 질문의 핵심입니다.

 

먼저 자수의 요건 및 자수에 대한 형법 규정과 효과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 자수 감경에 대한 판단을 누락한 것이 위법한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자수의 요건
자수는 “자발성”을 요건으로 합니다. 즉 자수란 범인이 스스로 수사책임이 있는 관서에 자기의 범행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고 그 처분을 구하는 의사표시를 말하고, 수사기관의 직무상의 질문 또는 조사에 응하여 범죄사실을 진술하는 것은 자백일 뿐 자수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대법원 1992. 8. 14. 선고 92도962 판결 등 참조). 또한 내심의 의사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수사기관에 자수 의사표시를 해야 자수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보이스피싱 범죄에 관련하여 실무상 자수가 자주 문제됩니다. 여러 피해자를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였는데 그 중 일부 사건에 대해서만 수사가 개시되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 또는 조사를 받은 경우, 아직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다른 사건들까지 함께 자수를 하는 경우입니다.

 

이 때, 수사기관이 이미 인지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발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자수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반면, 아직 수사기관이 인지하지 못한 나머지 사건들에 관하여는 자수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수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수사기관에 자수서를 제출하는 것이 관행입니다. 자수서에는 자수 경위(자수가 늦어졌다면 늦어진 이유)와 함께 본인의 인적사항과 범죄사실, 범행 가담기간을 기재할 뿐만 아니라 공범들의 가담 정도 등 수사협조 사항과 함께 유리한 양형자료도 제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을 해보면 항상 엄격하게 여죄와 본건을 분리하여 자수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어서(어렵게 말씀드리면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이므로 반드시 자수를 법률상 감경사유로 보아 거듭 감경하는 것이 아니라, 작량감경의 요소에 포함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단 자수를 결심하셨다면 여죄를 포함하여 수사기관에 자수서를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자수에 관한 규정 및 법적 효과
형법 제52조는 자수·자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임의적 감면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자수란 수사기관에, 자복이란 피해자에게 자신의 범죄사실을 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형법 제52조(자수, 자복)
① 죄를 지은 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②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죄를 자복하였을 때에도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참고로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자수에 대해 형을 반드시 감경 또는 면제하도록 특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① 예비·음모 단계에서 자수한 범죄(내란죄, 외환죄, 외국에 대한 사전죄, 폭발물사용죄, 유가증권 및 우표·인지를 제외한 통화에 관한 죄, 방화죄),
② 재판·징계처분 확정 전 자백, 자수한 범죄(허위감정·통역·번역, 무고죄, 위증죄),
③ 공직선거법상 자수자에 대한 특례가 그러합니다.

 

3. 자수는 임의적 감경사유이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지 않더라도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문의하신 질문에 대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피고인이 자수했더라도 이에 대해서 형을 감경해줄지 말지는 법원의 임의적인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판결에서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다거나, 피고인의 자수감경 주장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더라도 판결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있어 재심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도2241 판결, 1992. 8. 14. 선고 92도962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도872 판결, 대법원 2004. 6. 11. 선고 2004도2018 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12041 판결 등 참조).

 

자수는 형의 필요적 감경 또는 면제사유가 아니므로 자수사실에 대한 주장은 형의 양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에 지나지 아니하여 유죄판결에 명시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도2241 판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자수하였다 하더라도 자수에 의한 형의 감경 또는 면제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그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판결에 명시할 필요는 없으므로, 원심이 자수감경을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자수감경 주장에 대하여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8. 11. 8. 선고 87도1059 판결, 대법원 2001. 4. 24. 선고 2001도872 판결 등 참조).

 

또한 재심사유는 크게 원판결의 증거가 허위이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로 나뉘는데, 특히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는 다음과 같이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 재심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
5. 유죄를 선고받은 자에 대하여 무죄 또는 면소를, 형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여기서 “새로운 증거” 즉 증거의 신규성이란 구체적으로 증거가
① 원판결 후에 새로 생긴 경우는 물론이고,
② 원판결 당시에 이미 존재하고 있었으나 발견되지 못하였다가 후에 새로 발견된 경우,
③ 원판결 당시 발견되어 그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제출할 수 없었다가 비로소 제출할 수 있게 된 경우를 말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이미 법원에 자수에 관한 증거가 제출되어 있어 그 증거의 신규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증거의 신규성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자수는 임의적 감면사유에 불과하므로 형의 면제 또는 원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4. 기타 사정
그 외 공범 처벌과의 형평성이나 재판부의 재판 진행과정에서의 불공정한 처사 등은 마찬가지로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5. 마치며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을 변호하다 보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유를 주장해도 종종 아무런 응답 없이 불리한 판결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도 피고인이 주장한 자수감경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비록 위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응답이 없다면 피고인은 남은 형기 동안 재판의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피고인은 판결문을 통해서 비로소 자신이 무슨 이유로 선고 형량을 받게 되었는지 가늠하고 납득할 수 있으므로,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주장을 배척할 때에는 가급적 판결문을 통해 그 이유를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