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허위진술 넘어선 ‘적극적 도피행위’… 법원이 본 범인도피의 기준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친구에게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3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26일 창원지법 형사2단독 정지은 부장판사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30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는 범인도피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김해시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 갓길에 세워진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A씨는 음주단속을 피하려 차량 소유주의 사촌 B씨에게 “네가 운전했다고 해달라”고 거짓 진술을 부탁했고, B씨는 실제 경찰에게 자신이 운전했다고 허위 진술하며 음주측정에도 응했다. 경찰은 이후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실제 운전자가 A씨임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단순한 허위진술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곤란하게 한 적극적 기망행위로 판단했다.

 

형법 제151조 제1항은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형법 제31조 제1항은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교사범)도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한다고 명시한다.

 

재판부는 “허위 자백하게 해 수사기관의 실체진실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일관되게 ‘허위 자백에 의한 수사 방해’를 중대한 죄질로 보고 있다. 2024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실제 음주운전자가 친구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의 집행유예를, 공범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대법원은 범인도피죄의 범위를 엄격히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은 “범인도피죄는 현실적 수사방해의 결과가 없어도 성립하지만, 단순히 허위진술을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지게 해 범인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적극적 행위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02도5374, 2012도13999 등).

 

법무법인 안팍의 박민규 변호사는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거짓 진술’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실제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도록 착오를 일으킨 정도의 행위였는가에 있다”며 “실제 음주측정까지 대신 받은 경우처럼 수사를 실질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입증되면 범인도피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