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포터 가방 가져가 중고거래 앱에 “주인 찾아요”…법원 “절도 성립”

편의점·경찰 신고 없이 상당 보관
法 “불법영득의사 있었다고 판단”

 

편의점 앞에서 타인이 두고 간 고가의 노트북과 가방을 가져간 뒤 경찰이나 편의점에 맡기지 않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만 ‘주인을 찾는다’는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반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단독(김성은 판사)는 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40대 김모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김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공판 절차가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7시 48분경 서울 양천구의 한 편의점 외부 테이블 의자 위에 놓여 있던 피해자 소유의 시가 약 250만원 상당 애플 노트북과 60만원 상당의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포터’ 가방을 가져간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재판에서 “분실물을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가방을 들고 갔을 뿐 불법으로 취득할 의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방을 습득한 장소가 편의점 앞 테이블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편의점 업주에게 맡기거나 인근 경찰서에 신고·인계하는 것이 통상적인 분실물 처리 방식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김씨가 물건을 자신의 주거지로 가져가 보관한 행위는 반환을 위한 행동으로 보기 부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에 “염창역 인근 편의점 앞에서 가방을 습득했다. 연락처가 없어 글을 남긴다. 일주일간 연락이 없으면 인근 경찰서에 맡기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사실은 인정됐다.

 

다만 법원은 해당 애플리케이션이 가입자만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인 점을 들어 피해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게시글에서 밝힌 내용과 달리 일주일이 지나도록 경찰서에 가방을 맡기지 않았고, 습득일로부터 26일이 지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을 때까지 분실물 신고나 반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진정한 반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29조에 따르면 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타인의 물건을 가져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돼야 한다.

 

대법원은 불법영득의사를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기 소유인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사”로 정의한다. 또 영구적으로 이익을 보유하려는 의사까지 요구되지는 않으며, 반환 의사 없이 상당 기간 점유하거나 본래 장소에서 멀리 이동시킨 경우에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대법원 2004. 3. 11. 선고 2003도7604 판결)

 

유사 판례도 이어지고 있다. 2023년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클럽 테이블 위에 놓인 피해자 소유 아이폰과 지갑을 가방에 넣은 뒤 휴대전화만 반환하고 지갑은 숨긴 사건에서 허위 해명과 은닉 정황을 근거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같은 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도 길가에 잠시 둔 캐리어를 가져간 피고인이 “찾아주기 위해 보관했다”고 주장했으나 소유자 탐색이나 분실물 절차를 밟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절도죄를 인정했다. 다만 피고인의 정신질환과 경제적 사정, 물건이 전부 회수된 점 등을 참작해 양형에 반영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분실물을 발견했을 때 반환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은 사후적 변명으로 의심받기 쉽다”며 “경찰 신고나 관리 주체에 즉시 인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하거나 온라인 게시글에만 의존할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고가 물품을 원래 장소에서 벗어나 장기간 점유한 정황은 절도 성립의 핵심 근거가 된다”며 “분실물을 발견했다면 즉시 경찰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인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응”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