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대학생들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당시 행위가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윤영수 판사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983년 징역 1년이 확정됐던 A씨 등 2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 등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83년 4월 “전두환 파쇼 정권 물러가라” 등 9개 요구사항이 담긴 유인물을 제작해 교내 도서관에서 약 500명의 학생에게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법원은 해당 행위를 불법 집회를 선동한 것으로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해 11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고, 재심 재판에서는 당시 행위의 법적 성격이 다시 판단됐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유인물 배포 행위가 집시법 위반에 해당하더라도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따른 행위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형식적으로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더라도 행위의 목적과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당한 행위로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당시 정치적 상황과 행위의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두환 등이 12·12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이후 5·17 비상계엄 확대 선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라며 “이러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유인물 배포 행위는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이거나 그 전후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에 반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정당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행위의 시기와 상황, 행위의 동기와 목적, 대상, 사용된 수단과 방법, 그리고 그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존 판례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유인물 배포가 단순한 정치적 비난이나 폭력 선동이 아니라 헌정질서를 훼손한 군사 정권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한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