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J와 수사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A 씨의 신원을 확인하며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A 씨가 본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던 것이다. 수사팀은 급히 A 씨의 행적을 추적하기 위해 휴대폰 신호를 확인하려 했지만 3월 15일 이후 휴대폰 전원은 꺼진 상태였다. 그러나 3월 17일 오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수사팀이 인천공항을 방문했던 그다음 날이었다. 꺼져 있던 A 씨의 휴대폰 전원이 잠깐 켜진 것이었다. 형사 J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휴대폰 위치를 즉각 추적해보니 신호는 수원시 광교의 한 기지국에서 잡혔다. A 씨가 그곳에 있다는 강력한 단서가 확보된 것이다. 안양 동안경찰서 강력4팀과 형사팀은 물론, 지방청 광역수사대까지 현장으로 출동했다. 광교 지역의 기지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되었다. 수사팀은 각 구역을 나눠 꼼꼼하게 수색했다. 얼마가 지난 후, 형사1팀이 광교의 한 공원 근처에서 수상한 인물을 발견했다.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통화를 하고 있는 덩치 큰 남자였다. 형사들은 곧 그의 정체를 직감했다. 남자의 체격과 모습은 용의자로 특정된 A 씨와 일치했다. 형사1팀은 주변에 은밀히 잠복하여 그를 주시했다. 체포할 완벽한 타이밍을
안양 동안경찰서 강력4팀 형사 J는 수많은 강력사건을 해결해오며 다양한 범인들과 마주했다. 그중에서도 2019년에 발생한 살인사건은 형사 생활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고 잊을 수 없는 사건으로 남아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주식 투자로 유명세를 떨쳤던 B 씨와 그의 부모, 그리고 범인 A 씨(남성, 30대)가 있었다. 당시 B 씨는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주식 투자로 부자가 된 자신의 화려한 삶을 과시했지만, 동시에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리고 B 씨가 구속으로 집을 비운 사이, 범인 A 씨는 B 씨의 부모를 찾아가 그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이 사건은 2019년 3월 16일, 부모와의 연락에 의구심을 품은 B 씨의 동생 C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형사 J를 포함한 안양 동안경찰서 강력4팀이 현장에 즉시 투입되었고 단 22시간 만에 범인을 검거하기에 이른다. 이 끔찍한 살인사건의 시작은 2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C 씨는 당시 어머니로부터 일본에 거주하는 아버지의 친구가 돌아가셔서 부부가 급히 일본에 가봐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화 통화는 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어머니는 “귀국이 늦어진다”라며 메
2017년 6월 초순의 한 밤, 광주 북부경찰서 강력계 형사 S는 야간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두꺼운 사건 파일에 눈을 박고 있는데 살인 사건 발생 소식이 전해졌다. “8층 아파트, 사체 상태가 이상합니다” 지구대 경찰이 전해 온 한 마디에 형사 S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운전대부터 잡았다. 형사 S는 운전대를 단단히 움켜쥐고 사건 현장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았다. 현장은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 단지였다. 현장에 도착한 형사 S는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던 팀원들과 함께 사건이 벌어진 8층의 한 집으로 올라갔다. 집은 평범하였고 대체로 고요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형사 S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진입했다. 사체는 아파트 베란다 끝에 위치한 작은 창고에서 발견됐다. 피해자는 80대의 여성 A 씨였다. A 씨의 신변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린 건 그녀의 두 딸 들이었다. 딸들은 평소처럼 A 씨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결되지 않았다. 평소 어머니와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던 터라 연락이 닿지 않자 딸들은 모종의 불안감을 느꼈고 결국 큰 딸이 그날 오전 어머니의 집에 방문하기에 이른다. 큰 딸이 어머니의 집에 도착했을 때, 집안은 늘 그렇듯
1997년부터 형사 C는 3년 넘게 청와대 내부 경찰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장신의 키와 수려한 외모로 청와대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당시 인기 많았던 홍콩 영화배우 곽부성과 유덕화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겉보기에 멋져 보이는 VIP 경호 업무엔 항상 극도의 긴장감과 체력 소모가 뒤따랐다. VIP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서 그는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자리를 지켜야만 했다. 2001년, 형사 C는 청와대를 떠나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로 자리를 옮겼다. 경호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이다. 사실 형사라는 직업을 어린 시절 꿈꿨던 것도 아니었고 그저 우연한 기회로 형사가 되었을 뿐인 그였지만 형사가 되어 사건 현장에 출동하고 수사를 진행하며 경호업무와는 다른 일에 묘한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0년,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한 사건이 서울 잠원동 한강변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예기치 않은 살인사건이었다. 2010년 12월 5일 늦은 밤, 친구와 헤어진 A 씨(남성, 20대 중반)는 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밤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밤이 늦었지만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아가던 A 씨는 버스비라도 아껴볼까 싶어 집
경기 시흥경찰서 형사 Y는 2015년 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해 봄, 가족 중 두 명이나 중병을 앓아 그는 혼자서 병간호를 도맡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강력반 생활은 멈출 수 없었고, 피로는 하루하루 그의 몸을 갉아먹듯 쌓여갔다. 체격이 좋고 체력도 타고난 그였지만, 그 시기의 삶은 유난히 무겁고 고단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소진되는 걸 느끼며, 그는 온몸이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2015년 4월 5일 자정 넘은 시간이었다. 형사 Y는 지친 몸으로 밤샘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시흥경찰서 강력반에 지원요청 바란다는 지구대 경찰의 전화였다. 몸통만 남은 토막사체가 발견됐다는 것이었다. 그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피곤으로 흐릿해진 눈이 순간 선명해졌다. 곧이어 들려온 팀원의 목소리가 그의 등을 떠밀었다. “형님, 뭔 일이에요? ” Y는 짧게 숨을 들이마셨다. “토막사체래. 지금 바로 출동 준비해.” 지구대에 신고가 들어온 시각은 4월 5일 00시 05분. 시화방조제에서 주변에 게를 잡으러 갔던 남자의 신고였다. 커다란 고깃덩이 같은 것을 보았는데 돼지몸통인지
2002년 충남 아산 초사동 갱티고개에서 석 달 간격으로 두 건의 미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첫 번째 사건은 2002년 4월 19일이었다. 갱티고개에서 등산을 하던 주민이 등산로 옆 비탈에 쓰러진 피투성이 여성 사체를 보고 신고가 들어왔다. 형사들은 곧바로 출동해 지문감식에 들어갔다. 피해자는 남편과 사별 후 아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던 A씨였다. 수사팀은 피해자의 차량도 그녀의 노래방 근처에서 곧바로 찾아냈다. 차량 안전벨트에서 혈흔이 발견됐고 차 안에서 침 묻은 담배꽁초도 나왔다.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높았다. 다만 범인이 장갑을 썼는지 차에서 지문은 나오지 않았다. 허나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고 혈흔과 DNA도 나왔으니 형사들은 범인을 금방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수사팀은 피해자의 현금을 인출하는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의 CCTV 사진도 확보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범인을 쉽게 추적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으나, 사건은 예기치 못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용의자 중 범인의 DNA와 일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후 3개월 후 갱티고개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며, 두 사건 모두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아산경찰서의 형사 K는 부리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