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 저는 초범이고, 스토킹 사건의 피해자는 저의 부모님이십니다.
제가 생각해도 도가 지나쳤고, 심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잠정조치로 금치를 살고 나서 또 이런 일을 저질렀고요. 매주 반성문을 적어내고, 부모님께 사죄의 편지도 쓰고, 재범 방지 서약서도 제출했습니다. 부모님께선 처벌불원서도 내신 상황이었습니다.
제가 실형을 살고 나가면 부모님과의 관계 회복이 더 어려울까 걱정입니다. 집행유예라도 꼭 받고 싶은데 변동 사항이 없으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사실인가요? 변동사항을 줘야 한다면 어떻게 주어야 하나요? 부모님과 정말 잘 지내고 싶습니다. 반성도 하고 있고요 꼭 도와주세요! 서울구(○○○)
A . 질문의 전체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인은 초범이며 피해자인 부모님을 통해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스토킹처벌법위반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를 앞둔 상황이며, 항소심에서의 사정변경이 없는 경우에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는지 묻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스토킹범죄는 과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하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였지만, 이를 폐지하는 개정법이 시행된 2023년 7월 11일 이후 피해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토킹범죄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정으로는
① 피해자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주었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② 비속어나 욕설이 섞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경우, ③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내용의 행위를 한 경우, ④ 법원의 잠정조치를 위반한 경우, ⑤ 이전 스토킹 관련 처벌 전력이 있는 경우 등이며,
유리한 사정으로는 ①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 ②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져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③ 형사처벌 전력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 ④ 피해 정도가 중하지 않은 경우 등을 들 수 있고, 이에 따라 가해자가 초범이고 피해자가 원만히 합의하여 처벌불원의사를 밝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가해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예는 매우 드뭅니다.
따라서 질문자의 경우 잠정조치위반 뿐만 아니라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스토킹의 행위태양(예컨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위협하는 내용의 행위 유무), 범행 이후의 정황, 그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 등이 상당하다는 등의 양형에 있어서 불리한 요소가 추가적으로 고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편 피고인은 항소이유로 1심판결의 선고형이 너무 무겁다는 양형부당을 주장할 수 있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항소심이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므로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1심 선고 이전에 이미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이상 항소심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변경 사유가 없어 항소기각으로 끝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일반 사건에서는 사정변경을 위해 항소심에서 추가 공탁이나 합의금 지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본 사건의 본질은 가족 간 갈등에서 비롯된 범죄이므로, 피해회복의 일환으로 부모님께 금전을 지급하였다는 것만으로 재판부를 설득하기에는 다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변호인의 조력을 통해 1심판결문과 증거기록을 분석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사유를 반박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유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여야 합니다. 또한 부모님을 양형증인으로 신청하여 피고인의 성장 배경과 갈등 원인, 범행 이후 반성과 화해의 정도, 피고인에 대한 부모님의 애정이 깊고 재범방지를 위해 조력하겠다는 다짐을 재판부에 호소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로마법 시대로부터 이어온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법이 가족 사이의 분쟁에 개입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피해자인 부모가 가해자인 자식을 용서하고 선처를 구하는 마당에 국가가 형벌을 통해 가족 간의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범죄로 인한 피해를 바로잡고 궁극적으로 갈등을 해결하여 피해회복과 재범방지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의 정서적 유대감을 해체하고 신뢰를 파괴하여 갈등이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강조하시어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