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성 전 교도관 13화 노역수 이야기

벌금대신 교도소로 오는 사람들
병원, 요양원을 대신하는 교도소
사회 복지의 부재가 재범 만들어
형벌보다 복지가 우선 되어야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멀쩡한 청년이 노역 10일 처분을 받고 들어와 입소 절차를 밟았다. 교도소 경험이 전혀 없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는데 벌금 100만 원에 노역을 한다는 것이 안타까워 부모님께 부탁을 해보라 했더니 염치가 없어 그냥 몸으로 때우겠다고 한다.

 

청년이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출소하는 날이 마침 근무 날이어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난방도 되고 TV도 나오고 지낼 만했지?”라고 묻자 “예 괜찮았어요”라고 대답하며 밝게 웃는다. 그는 10일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교도소를 떠났다.


노역유치집행은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을 벌금액에 대한 환산 일수만큼 노역장(교도소)에 유치시켜 노역(작업)을 시키는 제도다.

 

나는 이 노역유치집행이 대한민국 형 집행 중 가장 모순된 제도라고 생각한다. 노역수의 대부분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작업을 시킬 수 없고, 20대 청년과 같은 건강한 사람들이 들어오더라도 단기간의 교도소 생활 동안 마땅히 시킬 작업도 없기 때문이다. 징역에 이어 노역 집행을 받은 사람 중 극히 일부분의 사람들만 작업을 할 뿐이다.


노역을 1일이나 2일 집행 받는 사람들도 있다. 노역 1일은 당일에 출소시켜야 되는데 어떤 사람은 노역 1일을 받고 들어와서는 출소 후 주소지에 돌아갈 차비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내가 3만 원가량의 귀주 여비를 손에 쥐여주었다.

 

노역 2일을 받았던 수용자 중 한 명은 몸이 아프니 이틀 말고 조금 더 쉬었다 나가면 안 되겠냐고 묻는 지경이었다. 나는 교도소가 요양원도 아니고 무조건 출소해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옷도 없고 차비도 없으니 다 챙겨줘야 나갈 수 있다고 배짱을 부렸다. 나는 출소복도 챙겨주고 차비도 주니 걱정하지 말라 답했다.


노역수 중에는 알코올 중독자들도 많다. 나 역시 알코올 중독에 빠진 노역수를 경험한 적 있다. 보안과 야간 근무를 하던 날이었는데, 노역수 한 명이 괴이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방안에 벌레가 기어다닌다며 화장실 변기 위에 올라가고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던지는 것이었다. 알코올 금단 증상이었다. 나는 주간 근무자에게 야간의 일화를 전달하며 조심을 당부했다.


주간 근무자는 노역수 상태를 확인한다며 거실문을 열었는데, 순간 노역수가 그릇을 집어 던졌고 그게 근무자 이마에 떨어지며 몇 바늘 꿰매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교도소에 입소한 뒤 통상 3, 4일째부터 금단현상이 발생하고 이때부터 3일 정도 난리를 치기 때문에 특히나 조심해야 된다.

 

또, 그들은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기 때문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갑이나 포승 사용 시에도 유의가 필요하다.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좋지 않은 노역수가 입소하는 것도 교도관들의 신경이 필요 하지만 출소를 앞두고 있을 때도 교도관들은 남모를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한번은 혼자 걸을 수조차 없는 정도로 쇠약한 노역수 한 명이 출소를 앞두고 있었는데, 날은 또 왜 이리 추운지 걱정이 앞섰다. 초범에 벌금 50만 원을 받은 그는 입소할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곧바로 의료 사동에 수용되었다가 출소를 앞두고 있었다.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노인의 모습이었다. 양 볼은 푹 꺼져있고 앞니 2개만 남아 있었는데 그마저도 썩어 언제 빠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마치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보였다.


사정을 들어보니 당뇨가 심해 걸음도 어렵고, 보행기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체포될 때 보행기는 두고 몸만 나왔다고 한다. 보호 관계도 확실치 않아 그대로 출소시켰다간 아무래도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날이 추우니 새벽같이 출소하지 말고 아침을 먹고 7시 이후에 출소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아침에 퇴근하는 직원에게 부탁해 그를 집까지 데려다주게 하였다. 내가 교도관인지 봉사단체 직원인지 모를 상황을 겪을 때마다 그저 쓴웃음이 나왔다.


사회복지가 교정 복지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암담해질 때도 있다. 노숙자와 다름없는 노역수들이 교도소에 들어오면 교도관들은 그들의 애로사항을 살피며 보호하고 때로는 치료까지 지원한다. 백만 원도 안 되는 벌금을 집행하기 위해 병원에 있어 마땅할 중환자들을 교도소로 보내고, 교도소에서 이들을 수용하며 치료, 보호하는데 국가 예산을 지출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의문이 든다.


검찰에 항의해도 형 집행이 우선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이 들려올 뿐이다. 암 환자와 같은 중환자들도 교도소에 들어오면 일단 치료를 해준다. 밥을 굶을 일도 없다. 한번 들어왔던 사람들이 궁지에 내몰리면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노역 전과만 수십 범인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을까 염려되는 수준이다.

 

차라리 사회복지시설에 예산을 투입해 알코올중독, 마약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사회에서 먼저 치료, 보호 등으로 챙기고, 법무보호복지공단과 연계한 사회 재활 시스템을 구축해 재범을 예방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장에 있는 교도관들이 한결같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음에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