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성 전교도관] 10화 니코틴 살인 수용자 형집행정지 사건

니코틴으로 신혼여행에서 범행
무기징역 선고 후 ‘도주 계획’
의식불명 상태에서 극적 회복
구속집행정지로 출소할 뻔…

 

교도관 생활을 하다 보면 모범적이고 성실한 수용자들의 모습에 뿌듯할 때도 많지만 수용자의 예측 불가한 행동으로 긴장해야 할 때도 있다. 수용자의 행동이 예측 불가한 만큼, 그때마다 교도관들의 상황판단도 민첩해야 더 큰 불의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이른바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위해 미결 수용되어 있던 W의 사건은 <용감한 형사들>을 포함해 여러 방송에서 다룰 만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었다. 2017년 당시 21살이었던 W가 자신의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19살이었던 여성과 혼인신고를 하고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갔다가 여행 첫날 아내가 사망하며 밝혀진 사건이다.

 

이 사건은 W가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하여 니코틴 원액을 여성의 혈관 내에 주사했고 여성이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W가 일기장에 써놓은 버킷리스트에는 00살까지 00억 만들기 등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고 하는데,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이 어린 여성의 생명을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려는 도구로 이용하려 했던 사건이었고 죄질이 아주 나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교도소에 들어온 후 W는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일기를 썼다. 자신이 쓴 일기장의 내용이 자신이 벌인 범죄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음에도 W는 일기 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간혹 자신이 쓴 일기를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주곤 했는데, 그 내용 중에 도주를 암시하는 내용이 있어 요주의 인물이 되었다.


어느 날 아침, 10시쯤이 되자 W가 수용된 독거 사동 수용자들이 운동을 마치고 거실에 들어갔다. 당시 독거수용되어 있던 W도 거실로 들어갔는데, 화장실 앞을 수건으로 가리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자살을 시도하였다. 때마침 그때 W와 같은 성씨를 가진 사동 도우미가 W의 방앞을 지나가다가 말을 걸었는데 대답이 없었고, 방안을 자세히 살피다 W의 상황을 발견하게 되었다.

 

화장실 안 창살은 수용자들이 자살을 기도하지 못하도록 촘촘한 철망으로 되어있는데 화장실 문을 떼어내고 자살을 기도하는 일이 가끔씩 발생하곤 했다. 자살 시도자 대부분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일을 벌이는데 W는 대낮에 시도했던 것이다. 사동 도우미는 W를 발견한 즉시 담당 근무자에 보고했고, 교도관들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며 W를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하였다.


W는 일찍 발견된 덕에 목숨은 건졌지만 금방 사망하지 않더라도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될 것이며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 의식불명 상태인 W에 대해 구속집행정지가 신청되었고 곧 결정되었다. 교도소에서는 W를 부모에게 인계하기 위해 연락을 취했는데 부모가 인수를 거부하였다.

 

교도관 한 명이 W를 지켜보며 계속 인계를 시도했지만 W의 아버지는 양부였고, 양부가 친모와 함께 식당을 하는 가운데 벌어진 큰 사건이다 보니 식당에 타격이 많았는지 한사코 인수를 거부하였다. 모두가 난감해하던 중 희한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틀 후 병원에 있던 근무자가 W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었다.

 

종합병원에서 회복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구속집행정지까지 떨어져 서류상 출소 상태인 W가 돌연 의식을 회복하였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W가 깨어나면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용자가 출소 상태가 되어 밖으로 걸어 나가도 잡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당시 당직 계장과 나는 구속집행정지 담당 직원에 빠르게 연락해 법원을 통해 구속집행정지를 취소시키고 수용자를 교도소로 데리고 들어오라 지시했다.


W는 결국 다시 교도소로 돌아왔고, 정상적으로 회복하였다. W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 대법원에서도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W의 자살 시도 사건이 그의 일기장에 쓰여있던 도주 계획의 일부였는지, 그가 정말 도주하기 위해 의식이 없는 체하며 일부러 깨어나지 않았던 건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의사의 진단으로 구속집행정지되었던 W를 부모가 인수해 갔다면 W가 일기장에 쓴 대로 그의 도주계획은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W의 사건은 성실하고 모범적인 수용자들을 격려하는 것도 교도관의 역할이지만, 수용자들의 돌발 행동을 사전에 감지하고 큰 사건으로 번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교도관의 역할임을 실감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