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성 전 교도관 15화 수용자 도주 미수사건

반드시 실패로 끝나는 도주시도
수용자를 믿되, 방심하지 말아야

 

2010년 8월 28일 천안교도소가 예기치 않게 언론에 보도된 사건이 있었다. 중국인 수용자가 대운동장에서 운동 중 담을 넘어 뒷산으로 도주했다가 직원들에게 잡혔던 사건이다.

 

도주를 차단하기 위한 전자경비시스템 울타리가 있었지만 주벽으로 연결된 건물의 돌출 부위를 잡고 올라가 5m 높이의 담장 밖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시설이었지만 중국 기예단 출신의 수형자는 불과 몇 초 사이에 펄쩍펄쩍 뛰어올랐다. 다행히 출동한 직원들이 도주자를 체포했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운동장 근무자 4명이 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4개월 뒤였던 12월엔 운동 중이던 한국인 수용자가 정문동과 연결된 전자경비시스템 위에 올라 주벽을 타고 뛰어내렸다가 직원들에게 바로 잡히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첫 번째 도주 사건 이후 시설을 보강하고 정문동의 창살을 모두 철판으로 막고 기름칠까지 해놓았지만 손톱으로 철판 윗부분을 잡고 10여 미터 이동해서 주벽 밖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직원이 발견해 체포했다. 도주 방지를 위해 전자경비시스템을 도입한 후에 이런 일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한 해에 두 번씩이나 그것도 같은 소에서 수용자가 담을 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직원들이 줄줄이 징계받을 처지에 놓였다. 특히 사건 당시에 근무하던 운동근무자는 ‘또박이’라 소문날 만큼 원칙적인 근무를 했음에도 순간적으로 뛰어 벽을 오르는 수용자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러한 사건들을 마주하다 보면 교도관은 운수직이라는 농담이 더는 농담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 사건으로 해당 직원은 결국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정상적으로 근무한 점을 인정받아 최종적으로는 징계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심사위원은 같은 시설에서 불과 4달 사이에 수용자가 2번이나 담을 넘었다는 것은 직원들이 아닌 시설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시설을 만든 사람이 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시설의 결함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예산이 낭비되었는데 보안과 현장 근무자만 처벌을 받고 정작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책임의 화살은 언제나 현장에 있던 어느 교도관이 맞을 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설에 구조적 결함이 있고, 도주 방법이 치밀하더라도 수용자들의 도주 시도는 반드시 미수로 그치게 되어 있다. 대전교도소에 있던 J는 총 23건의 강도, 살인 행각으로 2010년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였다. J는 도주를 하기 위해 몸을 혹사해 외부병원에 입원하는 등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지만 교도관들이 빈틈을 주지 않았다.

 

이에 포기하지 않은 J는 작업장에 출역하고, 천주교 종교 행사에 매주 참가하며 모범적인 생활을 했고, 교도관들의 신임을 얻은 뒤 교정직 인사이동이 있던 날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도주를 시도했다. 주벽 가까이에 있던 작업장에서 스테인리스 재질의 작업 틀을 사다리처럼 이용해 주벽을 넘으려던 것이었다. 물론 이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수용자들의 도주 시도는 전국구에서 벌어진다.

 

서울의 한 교정시설에서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치질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수용자가 목이 마르다고 하여 직원이 정수기 쪽으로 간 사이 도주를 시도했던 사건도 있었다.


이들의 도주 시도는 교도관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J 사건의 경우 담당 근무자가 사건 당일 근무가 아니었음에도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받아 전출되었는데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5년 만에 암으로 사망해 동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교도관들은 수용자들을 믿되, 방심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 속에서 살아간다. 수용자들과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면 가까워지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도 교도관의 본분을 잊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사건이 바로 도주 시도와 같은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