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담장 너머 우체부’ 꼭지에서 글로만 뵙다가 이렇게 인터뷰로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독자분들도 많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요, 먼저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담장 너머 우체부’에 기고 중인 법무법인JK 구성원 변호사 이완석입니다. 첫 직장이 주로 형사사건을 다루는 법무법인이어서, 그 후로 계속 형사전문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많은 직업 중에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A. 처음에 대학에 진학할 때에는 기자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대학에 가서도 학교 방송국과 신문사에서 학생기자로 경력을 쌓고 언론중재위원회 실무수습 과정도 참여했고요. 그런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다 보니, 제 적성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Q. 평소 변호사님 글을 보면요, 정말 꼼꼼하게 사건을 들여다보고 깊이 있게 쓰시잖아요.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어요. 의뢰인들과 상담하실 때도 그렇게 꼼꼼하고 진심으로 소통하실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떠신가요?
A. 원래 성격이기도 하지만 변호사 일을 처음 시작할 때 다짐이랄까 그런 게 있었어요. 제 능력이 닿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요. 특히 형사사건은 결과에 따라 의뢰인들의 인신 구속이 결정되니까 가볍게 대할 수 없는 면이 큽니다. 한 사건에서 16번 접견을 간 적도 있을 만큼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요.
Q. 저희 ‘더 시사법률’에 정말 자주 들어오는 제보 중 하나가 ‘무성의한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예요. 재판기일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든지, 변론요지서조차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신문을 창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제는 독자들이 외부 광고만 보고 어떤 변호사인지도 모른 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어요. 특히 교정시설 안에서는 정말 더더욱 믿고 맡길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사건을 맡으실 때 어떤 자세로 임하시는지, 또 어떤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우선 편견을 가지지 않고 사건과 의뢰인을 접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건을 접하다 보면 짐작으로 미리 사건을 예단할 수 있는데, 의뢰인의 말을 신뢰하고 이를 토대로 증거기록을 신중히 검토해서 유리한 측면과 불리한 측면을 모두 말씀드리고 가급적 의뢰인과 함께 변론 방향을 정하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만족할 만큼 제대로 된 서면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Q. 변호사님 글 중에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어요.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을 설득하는 게, 오히려 판사를 설득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하셨던 부분인데요. 그 이야기를 조금만 더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마 전 다뤘던 ‘코인 사건’ 관련해서도 살짝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보이스피싱 무죄를 주장하는 의뢰인을 설득하는 게 힘든 이유는 그분들 주장이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범행을 인식하고 가담한 게 아니라 취업사기 등 본인도 이용당한 사람들도 많고요.
문제는 충분히 무죄를 다툴 만한 사건에서도 보이스피싱의 중대한 사회적 해악을 강조하며 유죄가 선고되면서 진지한 반성이 없다는 이유로 형량이 가중된다는 점입니다.
별다른 사회경험이 없는 20대 피고인이 친구 소개로 2주간 환전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택시로 출근할 때 그리고 사무실에서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인근 커피숍에서 음료를 마실 때 전부 본인 명의 카드를 사용해서 이를 단서로 주거지에서 체포되었는데,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식하였다면 본인 신분을 드러낼 이유가 없잖아요. 그럼에도 유죄가 선고되었는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이죠.
그리고 상권분석을 위해 사진촬영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허위 광고를 내고, 이에 속은 고등학생에게 급하게 계약금을 받아 달라고 요청하여 고등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현금을 전달받아 송금한 사건에서도, CCTV상 교복을 입은 사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원 송치를 한 사건도 있습니다.
이렇듯 보이스피싱 사건은 재판부에 따라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속시원한 조언을 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코인 사기’건의 경우 1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징역 5년 6월 내지 4년 6월이 선고된 사건을 JK에서 항소심을 맡게 되었는데, 항소심의 특성을 고려해서 변론하여 좋은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1심 변호인이 주장하지 않았던 부분으로 사기 피해액 중 1/3 이상은 다른 공범의 단독 범행으로 피고인들과 무관하다는 점을 증거기록을 통해 밝혔고, 피해자들과도 원만히 합의가 이루어져 집행유예 또는 2년씩 감형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1심 판결문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보이스피싱 범행’이라는 기재가 삭제되어 추후 가석방에 있어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Q. ‘변호사는 말 잘하는 사람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진짜 실력자다’라는 말, 많이들 하잖아요. 하지만 또 판사님들을 설득하려면 말도 잘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변호사님은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하세요?
A. 변호사로서 자신의 주장을 조리 있게 말하는 기본적인 소양은 당연히 갖추어야 하죠. 너무 말주변이 없으면 주장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변호사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변론 방향을 정하는 것과 변호인의견서 등 서면으로 재판부를 설득하는 일이고, 막상 재판과정에서는 변호사는 조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변호사가 화려한 언변으로 최후변론을 하는 것이 과연 재판부에 좋은 인상을 줄지 저는 의문입니다. 하루에 수십 건씩 공판을 진행하는 재판부 입장을 고려한다면 재판부가 간과할 수 있는 변론의 요지를 겸손한 태도로 간략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피고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더 시사법률’ 독자들과는 정말 자주 소통해 주시는 변호사님이시잖아요. 이 자리를 빌려 독자분들께 따뜻한 한마디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담장 너머 우체부’ 뿐만 아니라 편지로도 많은 분들께서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업무와 별개로 틈틈이 답변을 드렸지만 일일이 답장을 드리지 못한 분들께는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담장 너머에 있는 제가 감히 독자분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는 어렵습니다만, 힘든 시기를 지나 평온함을 찾으시기를, 그리고 그 때까지 몸도 마음도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