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마약 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가 이어지면서 형량을 둘러싼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판결이 나올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반면 법원은 양형 기준과 감경 요소에 따라 판단한 결과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이처럼 시민의 법 감정과 실제 선고 사이의 간극이 반복되면서 양형 기준의 현실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는 법무법인 JK 이완석 변호사는 이러한 논쟁의 원인을 “양형 기준이 사회 변화와 범죄 양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비슷한 피해 규모의 사건에서도 재판부에 따라 선고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렵고 가해자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낮다”며 “양형 기준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경제범죄 사건에서 피해액과 형량 사이의 비례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직적 범행이나 대규모 피해 사건의 경우 사회적 해악이 크지만 현행 양형 기준이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완석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Q.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마약 사건 등을 직접 다루시는 입장에서 양형 논쟁이 반복되는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장에서 느끼는 양형 기준의 한계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A. 양형 논쟁이 반복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는 양형 기준이 범죄 현실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은 과거 단순한 전화 사기 형태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조직화되고 기술화된 범죄로 발전했습니다. 피해 규모도 커졌고 범행 방식도 매우 정교해졌습니다. 그러나 양형 기준이 이러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비슷한 피해 규모의 사건인데도 재판부에 따라 선고 형량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가해자 입장에서도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구조입니다.
전세사기의 경우도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피해 금액이 수억 원에 달하고 피해자가 삶의 기반을 잃는 사건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일반 사기죄의 양형 범위 안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피해의 심각성이 형량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약 사건에서는 또 다른 논쟁이 있습니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치료와 재활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단순 투약자와 조직적 유통 범죄를 같은 틀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양형 논쟁은 법이 사회 변화를 따라가는 속도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재판부 재량과 예측 가능성 사이의 균형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판결이 나올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시민들이 느끼는 형량과 실제 선고 사이의 간극이 왜 발생한다고 보십니까?
A. 이 간극은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시민들이 형량을 판단하는 기준과 법원이 형량을 결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 시민들은 피해 결과와 사회적 파장을 중심으로 형량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그 범죄가 사회에 어떤 충격을 줬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반면 법원은 범행의 고의성과 계획성, 피해 회복 여부, 전과 여부, 양형 기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량을 결정합니다.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판단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간극이 생기게 됩니다.
특히 감경 요소가 시민들에게 잘 납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범이라는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거나 반성의 태도가 양형에 반영되는 것이 법적으로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판결문의 양형 이유를 더 쉽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판단 이유를 설명한다면 불신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Q. 법관의 재량이 넓다는 점이 때로는 유리하게, 때로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재량의 범위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A. 재량의 폭이 넓다는 점이 실무에서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는 것은 분명히 느낍니다. 같은 혐의와 피해 규모의 사건이라도 재판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재량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법관의 재량은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한 사건이라도 범행 동기나 사후 정황, 피해자와의 관계 등 여러 요소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재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재량을 행사하는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 사건에서 특정 형량이 선택됐는지 충분히 설명된다면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판단 과정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Q. 경제범죄 사건에서 피해액과 형량 사이의 비례성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충분히 확보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액이 형량에 반영되기는 하지만 그 반영 정도가 피해의 실제 심각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액이 커질수록 형량 증가 폭이 둔화되는 경향을 실무에서 체감합니다. 예를 들어 피해액 1억 원과 10억 원의 차이보다 10억 원과 100억 원의 차이에 따른 형량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또 피해 회복 여부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도 큰데, 자력이 있는 가해자는 합의를 통해 감경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구조가 형평성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Q. 사회적 공분이 큰 사건에서는 양형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보십니까?
A. 실무에서 그런 차이를 체감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사건의 경우 비슷한 사건보다 형량이 높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여론을 반영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러나 개별 재판에서 여론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재판은 법과 증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론이 재판 과정에 직접 작용하게 되면 공정한 재판 원칙이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Q. 마지막으로 양형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A.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의 개선입니다. 현재 판결문에 양형 이유가 기재되지만 법률 용어 중심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판단 이유를 더 쉽게 설명하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양형 기준의 주기적 업데이트입니다. 범죄 양상은 빠르게 변하지만 양형 기준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이나 전세사기처럼 사회적 피해가 커진 범죄에 대해서는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피해자가 양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어야 결과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절차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수 있습니다.
결국 양형에 대한 신뢰는 형량 자체보다 과정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고 시민에게 판단 과정을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