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카카오톡이 기존 ‘메시지 삭제’ 가능 시간을 5분 이내에서 24시간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의 메시지 삭제 건수가 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이 기능이 ‘증거 인멸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종합 IT 기업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톡 ‘메시지 삭제’ 기능이 업데이트된 후 약 한 달 동안 일평균 메시지 삭제 건수가 직전월보다 32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일 평균 71만 명의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낸 지 5분이 지난 후 다시 돌아와 발송한 메시지를 삭제한 셈이다.
카카오는 지난달 12일 메시지 삭제 기능을 업데이트하며 삭제 가능 시간을 대폭 늘렸고, 삭제된 메시지 표기 방식도 기존 말풍선 형식에서 ‘피드 내 알림’ 방식으로 변경했다. 단체 대화방에서는 메시지를 삭제한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됐다.
앞서 카카오 관계자는 ‘삭제된 메시지’ 표시를 남기는 이유에 대해 “말이라는 것은 한 번 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게 카카오의 생각”이라며 “말을 한 사실을 취소하기보다는 잘못 말한 부분을 삭제해 실수를 보완할 여지를 남긴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기능이 사회적 신뢰 관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메시지 삭제 가능 시간을 대폭 늘리면서 사실상 대화의 연속성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법조계와 전문가들은 메시지 삭제가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증거 인멸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성희롱·갑질 사건이나 금융거래 분쟁 등에서는 카톡 메시지가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그러나 24시간 내 삭제가 가능해지면 피해자가 이를 확보하기 전에 대화 내용이 사라질 수 있고, 삭제 사실조차 특정되지 않아 책임 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더 시사법률에 “카카오가 편의성 개선을 이유로 삭제 시간을 연장했지만, 결과적으로 ‘말의 무게’를 지나치게 가볍게 만들었다”며 “증거 보전 의무가 중요한 법 영역에서는 삭제 기능이 권리 침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삭제 로그를 보관하거나 사법기관 요청 시 제공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