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번 돈인데 내가 써도 되지 않나요?’...황정음 사건으로 본 횡령죄

100% 지분 있어도 ‘회사 돈은 내 돈’ 아냐
절차 없는 사적 사용, 일시적이어도 불법

 

지난달 25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배우 황정음의 횡령 사건이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정음은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1인 기획사의 자금 약 4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부분의 금액은 암호화폐에 투자했고, 일부는 재산세, 이자 상환 등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법원은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한 점이 가볍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황정음은 “회사를 키우려다 회계나 절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식회사는 설립자의 지분율과 관계없이 법적으로는 독립된 인격체인 ‘법인’이다. 100% 지분을 가진 주주라도 회사 자산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으며, 회사 자금은 ‘남의 돈’으로 간주된다. 법조계는 이를 ‘법인격의 독립성’이라고 설명한다.

 

주주와 회사는 별개의 존재이고, 회사 자산은 주주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주식이 사실상 1인 주주에 귀속하는 1인 회사에 있어서도 회사와 주주는 분명히 별개의 인격이어서 회사의 자금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2010. 4. 29. 2007도6553)

 

황정음은 자신이 이체한 자금을 장부상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했다. 가지급금은 회사 자금이 지출되었지만 명확한 사용처가 확정되지 않았을 때 임시로 사용하는 계정이다.

 

통상 재무제표상으로는 해당 금액을 회사가 대표자에게 돈을 빌려준 것으로 회계 처리한다. 즉, 대표이사가 회사 돈을 잠시 빌렸다는 뜻이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가지급금 명목으로 거액을 인출했을 때, 자금의 용도가 명확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나 이자·변제기 등의 약정도 없는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해 업무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본다. 즉, 회사를 위한 목적이 아닌 사적인 용도로 회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행위는 회계상 처리 여부와 관계없이 횡령에 해당한다.

 

황정음 입장에서는 “잠깐 빌린 돈이고, 장부에도 적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다르다. 횡령죄는 자금을 사적으로 소비한 시점에 이미 성립하며, 이후에 이를 반환하더라도 범죄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으며, 그와 같이 사후에 변상하거나 보전한 금액을 횡령금액에서 공제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판단했다.(2010. 5. 27. 2010도3399)

 

즉, 대표이사의 지위를 남용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소비했다면 이는 ‘횡령’에 해당한다. 장부상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해서 범죄가 무효화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1인 회사라면 회사 재산이 곧 개인 재산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주식회사 제도는 주주와 회사의 재산을 분리하고, 투자자나 채권자, 협력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계된 법적 장치다.

 

회사 자금을 대표자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황정음이 회사 명의로 받은 8억 원의 대출금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만약 이를 변제하지 못했다면 금융기관은 회수 불능 상태에 이를 수도 있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황정음 사건은 1인 회사 대표나 자영업자에게도 흔히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법인 자금은 절차 없이 사적으로 사용하면 일시적이라도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자금 인출 전에는 사용 목적과 회계 처리 방식, 내부 승인 절차 등을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한 착오나 관행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