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앞두고 30억대 아파트 분양권 현금화한 70대… 강제집행면탈죄란?

 

 아내의 이혼소송 제기를 앞두고 재산분할을 피하기 위해 30억 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 분양권을 매각하고 대금을 현금화해 은닉한 70대에 실형이 선고됐다.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환 부장판사는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기소된 A 씨(73)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7월 30일 서울 아파트 분양권을 32억 원에 매도한 뒤 세금과 실버타운 입주 대금을 제외한 20억4,650만 원을 수표로 인출해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해 9월 13일에도 부부 공동재산인 홍천 부동산을 담보로 1억여 원을 대출받아 9,900만 원을 현금으로 찾았고, 같은 달 28일에는 자신의 예금 6억3,500만 원을 추가로 현금화했다.

 

A 씨는 같은 해 6월 25일부터 아내 B 씨와 별거에 들어간 상태였다. B 씨가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실제로 8~9월 분양권처분금지가처분과 부동산가압류를 각 신청했다. 이에 A 씨는 B 씨의 재산분할청구권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면탈할 목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했다고 수사기관은 판단했다.

 

형법 제327조는 강제집행을 면할 목적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허위양도하는 행위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강제집행면탈죄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고 친족상도례 역시 적용되지 않는다.

 

법정에서 A 씨는 “이혼소송 소장을 받은 2021년 10월까지 B 씨와 이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해당 금액은 여러 차례 방문한 카지노에서 모두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별거 직후 분양권을 매도하고 통상적 시기보다 훨씬 이른 날짜에 잔금을 수령한 점, 거액을 모두 수표로 인출한 점, 이후 다시 대출을 받아 현금화한 점 등을 들어 “신속하고 이례적인 재산 처분 및 은닉 정황은 강제집행을 면하려는 고의를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의 “카지노에서 전액 탕진” 주장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출입한 사실만으로 단 하루 만에 20억 원을 수표로 인출해 보관한 경위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은닉한 금액이 총 27억8000만 원에 이르고, 이로 인해 이혼 소송에서 확인된 피해자의 16억9000만 원 채권이 사실상 집행불능에 이르게 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강제집행면탈죄는 단순히 재산을 처분했다는 사정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이나 채권 집행을 예상한 상태에서 이를 피하려는 고의가 입증될 때 성립한다”며 “별거 직후 고가 자산을 신속하게 처분하고, 통상적 금융거래 방식이 아닌 수표·현금 형태로 반복해서 인출한 정황은 법원이 고의를 인정하는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사 절차에서 다툼이 예상되더라도 재산을 임의로 은닉하거나 현금화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재산 처분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합법적인 절차와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이혼이나 상속처럼 분쟁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는 재산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