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변론’ 비판이 흔들 수 없는 형사재판의 원칙

중대성 큰 사건일수록 재판 과정 중요
검사와 피고인은 출발선이 다른 상황
‘신속한 결론’만 중시하는 선례 우려
피고인 방어권 보장하는 원칙 지켜야

 

최근 내란 관련 재판이 변론 종결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당초 변론 종결일로 예정되어 있던 1월 10일 기일이 김용현 피고인 등의 변론이 길어지면서 1월 13일로 속행됐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침대 변론’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변호인들의 변론 방식과 재판장의 재판 지휘를 비판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가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원의 행동의 자유를 제한했고, 실제로 국회에 특별한 비상 상황이 없음에도 경찰과 군이 출동하는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국회의원의 의결권을 침해한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국회 일대의 평온을 해쳤다는 점에서도 이 사건은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입장이다. 다만 이러한 견해와는 별개로 지금 ‘재판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변호인들 및 재판부를 향해 쏟아지는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당초 이 사건은 내란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했는데, 해당 법률에 의하면 1심은 공소 제기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그러나 사건의 중대성과 규모, 관련자 수를 고려하면 6개월 안에 1심 선고를 마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벅찬 감이 있다. 이 정도로 사안의 중대성이 큰 사건에서는 서둘러 판결을 내려 처벌하는 것보다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 그리고 명령을 받은 군인들이 어떤 판단과 행동을 했는지를 재판 과정에서 차분히 밝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정치적 요소가 깊게 얽힌 사건일수록 충분한 심리를 거친 판결이야말로 국민이 결과에 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설령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재판이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다면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법이 정한 6개월이라는 한계가 있다면,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보장하는 것이 맞다. 형사재판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비판은 더욱 동의하기 어렵다. 형사재판은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당사자로 맞서고 재판부가 이를 지휘하는 구조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수사 단계에서 이미 검사 등 수사기관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건을 준비해 왔다는 점을 간과한 설명이다. 검사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기소를 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그 시점부터 비로소 방대한 증거 기록을 검토하고 재판 준비를 시작하므로 검사와 피고인의 출발선이 같다고 볼 수 없다.

 

이는 구속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처럼 관련자가 많고 기록이 방대한 경우, 피고인과 변호인은 증거 검토는커녕 매일 이어지는 재판 준비에 쫓기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충실한 변론을 통해 주장을 정리하기보다는, 당장의 검찰 공격을 방어하는 데 급급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재판 막바지에 공소장 변경이라도 이루어진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아직 1심 재판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1심에서는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철저히 검토하고 피고인 측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법정에서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수사 단계에서 수사 기관과 검사는 이미 강제력을 동원해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조사를 대부분 마친 상태다. 그렇기에 1심 재판에서는 피고인에게 더 넓은 방어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재판 과정 중 시간 부족이나 절차상의 제약 때문에 피고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행히 현재 내란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상당 부분 고려해 재판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여론은 오로지 ‘신속한 결론’에만 집착하며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 다시 분명히 말하지만, 이 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관련 피고인들을 두둔하기 위한 글이 아니다.

 

다만 이번 내란 재판이 하나의 선례로 굳어질 경우, 그 기준이 훗날 일반 시민들의 형사재판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최근 ‘실체적 진실 발견’과 ‘정의 실현’이라는 명목 아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점점 좁게 해석되는 흐름 역시 같은 궤에 있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피고인의 방어권과 법적 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형사재판은 국가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과정인 만큼, 그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여론이나 정치적 요구에 밀려 재판이 성급히 마무리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힘없는 개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원칙에 충실한 사법의 태도가 요구되는 바다. 추후 “윤석열도 그렇게 했다”는 말로 평범한 시민들의 억울함이 덮이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