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지를 통해 기결수인 분들로부터 민사나 가사 사건에 대한 문의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혼, 양육비, 재산분할, 손해배상과 같은 문제는 형사 사건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동안 구속 상태에 있는 의뢰인들의 민사·가사 사건까지 함께 진행해 온 경험이 많아, 처음에는 기결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건을 진행해 보면, 사건의 내용이나 절차 자체보다도 ‘시작 단계’가 훨씬 어렵다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기결수는 이미 형이 확정된 상태로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미결수처럼 방어권을 행사하는 절차에 있지 않고, 형이 집행되는 단계에 놓이게 된다.
그에 따라 교정·수형 질서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변호인 접견의 법적 성격 역시 미결수 단계와는 달라진다. 이러한 이유로 형이 확정된 이후의 변호인 접견은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로 취급되지 않는다.
재심이나 비상상고, 형 집행정지 신청, 새로운 형사사건의 대응, 이미 진행 중인 민사·가사·행정 사건에 대한 실질적인 법률 대응 등과 같이 구체적인 법률 절차와 직접 연결된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단순 상담이나 안부 목적의 접견, 향후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막연한 상담은 접견이 제한되거나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최근 기결수 분들로부터 들어오는 민사·가사 문의의 상당수는 “이혼을 먼저 제기하고 싶다”,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다”와 같이 소송 제기를 전제로 한 질문들이다. 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소송 요건이 갖추어져 있는지, 그리고 법원에 제출할 소장에 바로 반영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정리되어 있는지다.
다시 말해, 상담을 통해 사건의 성립 가능성이 먼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부분 기결수의 민사·가사 사건은 난관에 부딪힌다.
이미 이혼소장이나 민사소장을 받은 상태라면, 횟수 제한은 있더라도 변호인 선임을 위한 접견이 허용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았고 고소나 민사 제기를 검토하는 단계라면, 선임되지 않은 변호사의 접견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 나아가 변호인으로 선임되었다 하더라도, 실무상 가장 안정적으로 접견이 허용되는 시점은 소장이 법원에 접수되어 사건번호가 부여되고 그 사건에 대한 변호인 선임계가 제출되어 전산상 확인이 가능해진 이후이다.
이로 인해 많은 분들이 “접견이 안 되니 사건 자체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형 집행 단계에서 교정 질서와 절차를 함께 고려한 결과라는 점을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송의 가능성 문제라기보다는 접근 순서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에 실제로 접견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가족과의 소통, 서면 정리, 우편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결수분들이 민사나 이혼 소송을 준비할 때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감정적인 사정 설명이 아니라 시간 순서에 맞춘 사실관계 정리다. 예컨대 이혼 소송의 경우 혼인 경과, 갈등이 시작된 시점, 별거 여부와 기간, 재산 형성 과정, 상대방의 구체적인 행위 등을 날짜 기준으로 정리해 편지나 메모 형태로 전달해 주면, 접견이 없는 상태에서도 소장 작성과 쟁점 정리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초기 정리는 기결수 사건에서 사건의 방향을 좌우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기결수의 민사·이혼 사건에서는 ‘상담을 거쳐 소송을 고민하는 단계’를 충분히 거치기보다는 곧바로 소송 제기를 전제로 준비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우선 사건을 수임한 뒤, 편지나 가족을 통한 자료 전달로 충분히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소장을 제출해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다. 비록 이러한 제약 때문에 시작이 어렵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기결수의 민사·가사 사건이 본질적으로 다른 성격의 사건인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사건이 그렇듯 실제로 분쟁으로 다툴 만한 사안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지는 반드시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