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사고 보험금, 운전자에 구상 가능”…대법, 보험사 약관 유효 판단

자동차손배법 시행규칙 해석 쟁점...
의무보험·임의보험 구별, 약관 유효 판단

 

무면허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사가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이를 운전자에게 다시 청구하도록 한 자동차보험 약관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1월 14일 0시 10분께 경기 화성시에서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잠이 들었고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창문을 두드리자 차량이 움직이며 경찰관을 들이받았다.

 

피해 경찰관은 다리 골절 등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이 떨어진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현대해상은 보험계약에 따라 피해자에게 약 2천28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한 뒤, 약관에 근거해 A씨에게 사고부담금 상당액을 청구했다.

 

문제가 된 약관은 무면허 운전 사고의 경우 피보험자가 대인배상Ⅰ에 대해 사고당 300만원, 대인배상Ⅱ에 대해 사고당 1억원의 사고부담금을 보험사에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인배상Ⅰ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른 의무보험으로, 사망사고의 경우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보상한다. 대인배상Ⅱ는 의무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손해를 보상하는 임의보험으로, 보상 한도에 제한이 없다.

 

이에 대해 A씨는 해당 약관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돼 무효라고 주장했다. 1·2심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급심은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을 근거로, 무면허 운전의 경우 보험사가 손해배상 책임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은 사고 1건당 300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고 보고 보험사의 청구를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해당 시행규칙의 구상금 한도 규정은 의무보험, 즉 대인배상Ⅰ에만 적용된다고 봤다. 임의보험인 대인배상Ⅱ 부분까지 일률적으로 300만원 한도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자동차손배법령의 입법 목적과 체계, 관련 규정의 문언을 종합하면 구상금 한도는 의무보험 범위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대인배상Ⅱ에 대해 사고당 1억원까지 사고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이 무면허·음주운전 등 중대 법규 위반 사고에 대한 사고부담금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온 점도 근거로 들었다.

 

2020년 6월 이후 가입·갱신된 자동차보험에는 임의보험에도 일정한 사고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반영됐고, 이 사건 약관 역시 개정된 표준약관을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법원은 “사고부담금 상향은 중대 법규 위반 사고를 유발한 사람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표준약관 개정 취지를 반영한 이 사건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거나 이례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사고부담금 액수가 고액이라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약관 조항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