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여성 수형자가 보내온 편지에는 믿었던 동료 수용자에게 남편 연락처를 알려준 대가로 가정이 무너진 충격적인 사연이 담겨 있었다. 사연의 주인공 A 씨는 보이스피싱 혐의로 복역 중인 여성이다. A 씨의 사연에 따르면 함께 방을 썼던 B라는 동료 수용자와 서로 깊은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고, B 씨는 먼저 출소했다. 출소 날 A 씨는 B 씨에게 남편(C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주었고, 시어머니에게도 부탁할 이런저런 당부의 말을 메모해서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 B 씨는 나가서 A 씨의 남편을 만나 바람이 났다. 결국 A 씨의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고, A 씨는 며칠을 오열한 끝에 이혼서류에 서명했다. 이혼 후엔 공황장애를 겪으며 작업장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A 씨는 “가족이나 남편 연락처를 수용자들에게 알려줬다가 이런 일을 당한 사례가 너무 많다”며 “아무리 친해도 동료 수형자에게는 절대 연락처는 주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A 씨는 수감생활을 하며 펜팔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른바 ‘펜팔 문화’는 수형자 간 외부인과의 서신 교류를 통해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지만, 현장에서는 그 목적과는 달리 엇
교도소 내 폭행, 사기, 마약 밀반입 등 범죄가 늘면서 교정시설 내부 치안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법무부는 ‘광역특별사법경찰팀’을 신설해 대응에 나섰다. 교정시설 내부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전문적으로 수사하고, 수용자 인권과 법질서를 동시에 지키겠다는 목적이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광역특별사법경찰팀은 2023년 6월 신설되어 전국 4개 지방교정청에 설치됐다. 11개 대형 교정기관에는 특별사법경찰팀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 교정기관은 보안과 소속의 특별사법경찰대가 이를 담당한다. 수사인력은 총 약 600명 규모로, 신규 인력 충원이 아닌 기존 교정경찰 인력을 재배치해 전문성을 강화한 것이다. 기존에는 보안과 소속 직원들이 규율 위반을 단속하거나 내부 갈등을 중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현재는 형법·폭처법 등 형사사건에 대한 정식 수사와 검찰 송치가 가능해졌다. 법무부는 특별사법경찰팀이 수사 전문성 부족과 관리 체계의 한계를 극복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교정시설은 죄를 반성하고 교화하는 공간이지만, 폐쇄된 교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폭력·사기·마약 등 범죄는 외부보다 더 은밀하게 이뤄졌고, 실제로 적발된 건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광역특사경 출범
선불 유심을 타인의 명의로 개통해 대가를 받은 경우, 그 유심이 타인에게 제공될 가능성을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의 대법관)는 14일,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A씨 사건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0년 12월 휴대폰 대리점 운영자인 B 씨로부터 “선불 유심을 개통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유심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과 신청서, 확인서약서 등을 제공해 총 9회선의 선불 유심을 개통해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피고인이 ‘휴대전화 대리점 실적이 부족하니 개통 실적을 쌓는 용도로 선불 유심을 개통하게 해 달라. 타인에게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취지의 B 씨의 말을 믿고 단순한 호의로 선불 유심의 개통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용자의 식별정보가 저장된 유심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가
올해 신규 검사 90명이 임용됐지만, 지난해 퇴직자는 이보다 많은 13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15년차 미만의 젊은 검사들이 전체 퇴직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탈(脫)검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검사 퇴직 현황’에 따르면 △2021년 79명이던 퇴직자는 △2022년 146명으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고 △2023년 145명 △2024년에는 132명으로 집계되며, 매년 100명 이상이 검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4월까지 이미 40명의 검사가 퇴직한 가운데,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100명 이상이 퇴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검사 정원 2,292명의 5%를 초과하는 수치다. 특히 오는 6·3 지방선거 이후 검찰 인사가 예고돼 있어, 연말까지 퇴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퇴직자 중에는 일선 수사 실무를 담당하는 젊은 검사들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퇴직자 132명 중 15년차 미만은 60명(45%)으로, 이 중 10년차 미만만 해도 38명에 달했다. 반면 지난해 신규 임용된 검사는 90명으로, 퇴직자 수의 68% 수준에 그쳤다. 저연차 검사들의 이탈로 인해 검
Q. 안녕하세요, 변호사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대한변협 등록 형사전문 및 이혼전문 변호사이고 주로 성범죄 사건들을 변호하고 있는 김형민 변호사입니다. 형사전문이면서 이혼전문인 변호사가 드문 것이 사실입니다. 구속상태에서 등에 칼을 꽂는 식으로 이혼 소장을 받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구속된 의뢰인 입장에서는 억울한 형사문제를 이혼변호사에게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큰 위안과 장점이라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Q.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하셨는데요,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꾸셨는지, 법조인의 길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제 학창시절에는 변호사가 희소성이 있었고 전문직으로서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법대에 가서 사법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할 때만 하더라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배출되기 전이었는데, 지금은 희소성이 당시와는 크게 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성범죄에서 많은 무죄판결,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보람을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Q. 방송 출연을 통해 대중에게도 얼굴이 익숙하신데, 성범죄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방송 출연한 영상과 언론에 보
피해자가 여럿인 형사사건에서는 합의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연락이 닿지 않거나, 아예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히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피해자마다 사건에 대한 감정의 결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얼마 전 내가 맡았던 딥페이크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같은 학교 여학생 16명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이미지를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사건이었다. 일부 피해자의 에스크 계정에서 나온 성적 질문을 캡처해 게시하기도 해 모욕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형사사건과 동시에 학폭위 처분도 진행됐고, 피해자 보호자들은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의뢰인이 성인이었다면 무조건 형사 공판까지 갔을 사안이었지만,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나는 사건의 목표를 ‘최대한의 합의’와 ‘가정법원 송치’로 결정했다. 다만 의뢰인의 경제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든 피해자와의 합의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합의금 예산에 한계가 있었기에 피해자의 피해 정도나 연락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접근 방식을 달리해 전략적으로 순서를 정했다. 그중에서도 피해자 가장 컸던 학
변호사로서 특히 마음 쓰이는 의뢰인들이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당해 하루아침에 사기범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이다. 실제로 이들을 만나보면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이다. 이들이 사기 범행임으로 알고 현금을 나르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장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서, 군대 가기 전에 소액이라도 벌어보고자, 아이들 돌보며 형편에 도움 되고자, 퇴직 후 소일거리로, 일견 멀쩡해 보이는 구인 공고에 지원했다가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보이스 피싱 범행은 적용되는 법률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으로 바뀌는 등 더욱 중죄로 간주돼 말단 수거책이라도 실형 선고를 받는 추세다. 돈 좀 벌려던 것뿐이었는데 갑작스레 가정과 사회에서 격리돼 철장 신세를 지는 것이다. 수거책 피의자들이 느끼는 고통과 충격, 회한과 죄책감은 차마 형언할 수 없다. 만약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연루되어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구속까지 당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여 방도를 세우길 권한다. 첫째, 혐의를 인정할 것인지, 무죄를 주장할 것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피의자가 범죄임으로 몰랐다 하더라도, 전달 횟수나 금액이 많고 가담 기간이 길면 기본적으로 수사기관과 재
(지난 회에 이어) 나는 마지막 기일에 들어가 증인 한 명을 추가로 신청했다. 피해자는 인터넷에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글을 올린 후 1달 동안 5명의 남자를 인터넷으로 만나 성관계를 했는데, 영호가 피해자를 만나기 1시간 전에도 또 다른 30대 초반의 남자를 만나 자동차 안에서 성관계를 했다. 나는 이 남자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남자는 이미 다른 법원에서 피해자에 대한 미성년자의제강간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내가 이 남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이 남자의 경우 피해자가 당시 12세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16세 이상으로 오인한 것으로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2020년부터 13세 이상 16세 미만인 피해자와의 성관계를 의제강간죄로 인정하는 조항이 도입되었지만, 이 조항은 사건 당시 19세 이상 성인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17세였던 영호에게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영호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이라는 점을 몰랐다는 것이 인정되기만 하면, 15세로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05조 제2항의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무죄가 되는 것이었다. 당초 이 사건의 마지막 기일로 정해진 날에 내가 처음 들어가서 증
2002년 봄, 수용자들이 작업장에서 일과를 마치고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 운동장을 지나갈 때였다. 어느덧 피어난 민들레, 개나리 등을 보며 봄기운에 시선을 두고 사동 쪽으로 향하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계장님! 계장님!” 계속해서 부르기 고개를 돌려보니 몽골 수용자 바타르였다. “나 내일 집에 가요. 계장님! 고마워요. 사랑해요” 하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했다. 나는 바타르에게 “그래? 나가서 잘 살아”라고 대답해주고 거실로 들어가는 수용자들 쪽으로 향하는데 마음 한곳이 찡했다. 몽골 수용자 바타르는 작년 초 내가 작업팀장으로 근무할 때 소속 작업장 수용자였다. 운동하다 발을 다쳐 의료과 진료 후 처방약을 받아 왔는데 다음 날 작업장에 출역하고 보니 다친 발에 부기가 빠지지 않아 보여 내가 의료과에 전화를 넣었다. 아무래도 뼈나 인대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X-RAY를 찍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뼈에 금이 가 있었다. 바타르는 병사에 두 달여 간 입병해서 치료받고 작업장에 다시 나왔지만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다른 수용자들이 운동하러 가는 시간에 내 사무실(작업팀 사무실)에 와 탁자 위에 다리를 올려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