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사칭해 항소취하서 등 소송 서류를 작성하고 의뢰인에게서 고급 외제차를 제공받은 법무법인 직원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 원과 약 1천300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2019년 법무법인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의 항소취하서, 소장 변경신청서 등 소송 서류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인을 통해 피해자가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A씨는 “내가 변호사이며 지역 법률문제를 처리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사건 의뢰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소송 비용 명목으로 피해자로부터 고급 외제차를 넘겨받아 약 7개월간 이용하면서 리스료 1천500만 원가량을 피해자가 부담하게 하고, 현금 9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재판에서 A씨는 “차량은 호의로 빌려 받은 것이며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리스계약 담당 직원의 진술을 근거로 “피고인이 먼저 차량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고, 고가의 차량을 단순 호의로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범죄 피의자로 입건되는 순간 사람들은 흔히 상상 이상으로 큰 충격을 받는다. 억울하다는 마음이 앞서기도 하고 ‘수사에 성실히 임하면 진실이 드러나겠지’ 하는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현실의 수사·재판 절차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성범죄 사건은 특성상 직접증거가 많지 않고, 결국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이 맞서는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사건의 향방을 거의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기 조사는 특히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처음 작성하는 피의자 진술조서는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된다. 이때 피의자는 종종 ‘솔직하게 말하면 오해가 풀리겠지’라고 생각하며 준비 없이 진술에 나서곤 한다. 그러나 수사 기록에 남는 문장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항상 존재한다. 말의 앞뒤가 잘려 기록되기도 하고, 표현이 과장되거나 부정확하게 기재되기도 한다. 이후 진술을 ‘수정’하게 되면 진술 자체의 신빙성이 흔들려 불리함이 커진다. 따라서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추측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 좋고, 당시 상황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떠올려 정리한 뒤 조사에 응하는 편이 안전하다. 수사기관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칠
성범죄 사건에서 합의는 가해자에게는 형사처벌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피해자에게는 실질적인 회복의 수단이 된다. 그러나 정신적·인격적 침해를 금전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합의금은 늘 논란과 갈등을 낳는다. “얼마가 적정한가”라는 질문에는 명확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형사재판에서 합의는 ‘형법’ 제51조의 ‘범행 후 정황’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감경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처벌불원 의사가 포함된 합의는 양형기준상 특별감경 사유로 작용하여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대구고등법원 2018. 9. 20. 선고 2018노242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19. 1. 11. 선고 2018고합383 판결). 다만 법원은 합의서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합의가 어떤 과정에서 이루어졌는지, 합의금이 범죄의 중대성에 비추어 적절한지, 피해자의 진정한 의사가 반영된 것인지 세심하게 따진다. 미성년자나 장애인처럼 취약한 피해자와의 합의라면 그 진정성을 더욱 엄격히 심사하는 것이 최근 판례의 흐름이다(대구고등법원 2018. 9. 20. 선고 2018노242 판결). 반대로, 겉으로는 합의가 이루어졌더라도 강압적 분위기에서 합의서가 작성되었거
보석 허가율이 최근 3년간 30%대에 머물며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 간 허가율 편차도 커지면서 “보석은 결국 법관 재량에 좌우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2022년 27.1%, 2023년 29.3%, 2024년 30.5%로 최근 3년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보석을 청구한 5176명 중 허가를 받은 인원은 1580명에 불과했다. 10여 년 전인 2014년 허가율 39.5%, 2015년 38.0%와 비교하면 약 10%가량 하락한 수치다. 최근 전국 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30%대 수준에 머무른다. 2024년 보석을 청구한 5176명 가운데 1580명(30.5%)이 허가를 받았다. 2023년에도 청구 인원은 동일한 5176명으로 집계됐고, 이 중 1516명(29.3%)이 허가됐다. 2022년에는 5008명 중 1358명(27.1%)이 보석을 허가받았다. 법원별 편차도 뚜렷했다. 지방법원의 보석 허가율은 31.4%였지만, 고등법원은 24.1%, 대법원은 1.7%로 크게 낮았다. 보석 결정까지 걸린 기간 역시 지
1990년대 후반, 한국 수사 현장에서 ‘프로파일링’은 아직 낯선 개념이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였던 표창원 소장은 반복되는 미제와 참혹한 범죄 현장을 마주하며 기존 수사 기법의 한계를 절감했다. 이후 그는 영국 유학을 통해 범죄 심리와 프로파일링을 체계적으로 접했다. 연쇄살인 사건을 연구하며 표 소장은 자백과 목격 진술 중심으로 굳어진 한국 수사 관행의 구조적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잇따른 재심 무죄 사건과 범죄자들의 편지, 수사 현장의 현실을 지켜보며 그는 “사람은 변할 수 있지만 그 변화를 허용할 구조와 시간·자존감을 사회가 얼마나 감당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프로파일링 도입부터 재심과 재범, 변화의 조건까지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Q. 1990년대 후반만 해도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이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는데요. 영국 유학은 어떤 계기로 결심하게 되셨나요? A. 유학을 결심할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화성 연쇄살인 9차 사건’ 당시 화성경찰서 기동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며 야산에서 증거물 수색을 하다가 14살 피해자의 시신을 직접 마주했습니다. 8차 사건까지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감자 가족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 회원을 모집해 전 운영자 배모 씨와 함께 변호사 알선 의혹을 받는 A 변호사가 본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0일 확인된 소장에 따르면, 원고인 카페 운영자 A 변호사는 본지가 게재한 ‘변호사 불법 중개 의혹’ 등 복수의 보도가 모두 허위이며 자신과 소속 법무법인의 업무와 평판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A 변호사는 “보도 이후 카페의 주요 이용자가 구치소 수감자 가족들인데, 기사 내용을 접한 다수의 의뢰인이 상담을 취소하거나 수임을 철회해 실제 손해가 발생했다”며 본지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A 변호사는 소장에서 “옥바라지 카페에서 원고 법무법인의 외근 사무원이 활동한 사실이 없다”며 “수감자 가족 유입을 위해 교정본부 식단표를 공유하며 회원을 모집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제기된 ‘1:1 비공개 법률상담 게시판’ 운영과 관련해서도 “카페 입점 협력업체였던 본인의 요청에 따라 개설된 게시판”이라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과거 배씨가 운영하던 시기 카페에 고객(카페회원)이 법률상담을 남기면 카페와 광고계약을 체결해 변호사(본인)가 직접
허위·조작 정보를 고의로 유포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과방소위는 10일 허위 또는 불법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해 타인이나 공공의 법익을 침해한 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는 당초 법안을 반대하던 조국혁신당의 표심 변화로 가능했다. 앞서 지난 8일 소위에서는 국민의힘과 혁신당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으나, 이날 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민주당과 함께 법안 처리에 힘을 실었다. 이해민 의원은 “허위조작뉴스를 근절하면서도 권력자가 법을 남용할 수 없도록 민주당과 보완점을 논의했다”며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특칙을 민주당이 수용해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법원이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봉쇄소송(SLAPP) 방지 특칙이 포함됐다. 무분별한 소송 제기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조치다. 다만 언론단체가 강하게 요구해온 ‘정치인‧공직자 등 권력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 제한’은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즉각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당선된 인요한 의원이 10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약 1년 6개월 만의 퇴장이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본업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그는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계엄 사태를 직접 언급하며 “지난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진영 갈등이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하며 “흑백 논리와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의원직을 내려놓는 배경에 대해 그는 본인의 선조들이 130년 넘게 이어온 “헌신과 인도주의 정신”을 언급하며, 그 가치를 잇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부족한 저를 격려해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인 의원은 사퇴 발표 전 장동혁 대표 등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국회의장실에도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신동욱 의원은 기
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광고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표시 의무제와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AI를 이용한) 허위 과장 광고가 극심하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최근 SNS·쇼핑몰·뷰티·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AI가 만들어낸 이미지나 영상을 실제 제품 사진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오인 가능성이 급격히 커진 것이 배경으로 분석된다. 김 총리는 “최근 (허위 광고가) SNS를 통해 더욱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행 제도로는 급격히 진화하는 AI 기반 상업행위를 규율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김 총리는 특히 AI 생성 이미지가 자연스러운 사진·영상과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고의적이든 아니든 소비자가 사실상 기만당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AI 광고 등은) 시장 질서 교란뿐 아니라 소비자 피해가 심한 중대한 범죄 행위로 판단한다”며 기존 온라인 광고 규제 수준을 넘어선 강력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허위·과장 광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기술적·법적 장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빚은 쿠팡에 대해 경찰이 이틀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오전부터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입·비밀누설 등 혐의를 받는 쿠팡의 전 직원이 피의자로 적시됐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 범행에 사용된 IP를 확보해 이 유출자를 쫓는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쿠팡의 내부 고객정보 관리시스템의 기술적 취약성을 따질 계획이다. 또한 이를 토대로 개인정보 유출 경로와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규명할 예정이다. 경찰은 전날에도 약 10시간 동안 쿠팡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쿠팡의 보유 자료가 방대한 만큼 압수수색은 오랜 시간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며 질타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 모두발언에서 “디지털 사회에서 국민 정보 보호는 플랫폼 기업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며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