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서울, 광진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A 군이 부엌에 있던 흉기로 어머니 B 씨를 살해했다. 존속살해였다. A 군은 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안방에 방치하고, 사체 부패 시 냄새가 집 밖으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해 공업용 본드로 안방 문틈을 밀폐했다. 당시 집안에는 A 군과 B 씨밖에 없었다. A 군의 아버지이자 B 씨의 남편은 2006년경부터 별거 상태였다. 어머니를 살해한 뒤에도 A 군은 평소와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오히려 B 씨가 살아있을 때보다 생활 자체는 더욱 자유롭고 편안했다. B 씨가 살아있을 땐 상상도 못했던 영화 감상을 했고,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라면도 끓여 먹고 여자 친구와 강릉으로 여행도 다녀왔다. B 씨를 찾는 이웃과 친지들에겐 ‘어머니와 따로 살기로 했다’, ‘해외여행을 갔다’ 등으로 둘러댔다. 그 사이 A 군은 수능시험도 치렀다. A 군의 범행이 발각된 건 범행 시점으로부터 반년이 훌쩍 지난 11월이었다. 가족과 별거 중이었던 A 군의 아버지가 이혼을 결심하고 B 씨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A 군이 B 씨가 해외여행을 갔다
진주 덕진경찰서 강력3팀은 고준희 양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친부 A 씨, 그의 동거녀 B 씨, B 씨의 어머니 C 씨의 통화내역을 샅샅이 뒤졌다. 그 과정에서 수사팀의 눈길을 끄는 두 가지 통화가 발견됐다. 첫 번째는 이들이 2017년 4월 29일 함께 여행을 가기 위해 B 씨가 하동의 한 펜션에 걸었던 예약전화였다. 수사팀은 해당 펜션에 연락해 예약장부를 확인했다. 이날 B 씨가 예약한 인원은 어른 셋, 아이 하나. 그러나 단 두 시간 뒤에 같은 펜션으로 C 씨가 전화를 걸어 어른 셋, 아이 둘로 예약 인원을 변경했다. 강력 3팀의 P 팀장과 강력반 L 형사는 예약 인원 변경에 주목했다. 어쩌면 처음에는 고준희 양을 깜빡 잊고 빼놓았다가 다시 예약을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형사는 실제로 당시 고준희 양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중요한 통화 기록이 있었다. 4월 27일 깊은 밤이었던 02시 22분경 A 씨와 C 씨가 짧은 통화를 했다. 단순한 안부였다고 해도 늦은 시간에 통화를 한 것이 수상했다. 하지만 더 수상했던 건 기지국의 위치였다. 두 사람이 전화통화를 했던 장소가 A 씨가 살던 전북 완주나 C 씨의 거주지였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