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은 피의자들이 형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오히려 형량이 커지는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고 있다.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괘씸죄’가 추가될 수 있어 정식재판 청구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약식명령을 받은 42만 7390건 중 정식재판 청구 사건 비율은 3만 8218건으로 약 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식재판 청구율이 이처럼 낮은 까닭은 지난 2017년 약식명령보다 중한 형을 받지 않는 이른바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폐기되며, 정식재판에서 오히려 과중한 형량을 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6일 춘천지법 영월지원 형사 1단독 재판부는 작년 6월 강원 영월교도소 화장실에서 흡연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 A 씨에게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몰래 담배를 피운 사실이 적발돼 징계 처분을 받았으나, 징계로 인해 부당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하면서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범행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나,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내려진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
“유전무죄, 무전유죄.” 1988년 영등포교도소 집단탈옥 사건 당시 지강헌이 남긴 이 말은 지금도 한국 사회의 형사 사법 체계의 불평등을 상징한다. 당시 지강헌은 총 556만 원 상당의 절도 혐의로 징역 7년과 보호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반면 권력층 인사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은 수십억 원대의 횡령죄로 징역 7년형을 받았음에도 3년 만에 석방됐다. 지강헌은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기 전 인질들에게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을 보태 17년 썩을 것을 생각하니 아득해서 탈주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보호감호제도는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사회 불만 세력 및 상습범·강력범죄자의 재범 방지를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사회보호법에 근거해 형기 종료 후에도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대표적인 시설로는 경북 청송의 청송감호소가 있었다. 그러나 이중처벌 논란과 인권침해 문제로 인해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5년 7월,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보호감호제도도 함께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청송감호소는 경북북부교도소에 속한 경북북부제3교도소로 변경됐다. 하지만 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부칙에 따라 2005년 7월 이전에 징역형과 함께 보호
25일 법무부는 2025년 3·1절 가석방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심사에서는 총 1,579명의 수형자가 심사 대상에 올랐으며, 1,097명(69.5%)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는 지난 1월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1,004명보다 93명 증가한 수치다. 법무부에 따르면, 심사 대상자 수는 1월 1,367명에서 2월 1,579명으로 212명 증가했으나 가석방 적격 판정 비율은 낮아 부적격 판정자가 크게 늘었다. 이번 심사 대상에는 일반수형자 1,373명, 장기수형자 118명, 심사보류자 88명이 포함됐다. 이 중 일반수형자 1,078명, 장기수형자 19명(16.1%)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으며, 부적격 판정자는 총 384명이었다. 특히 장기수형자 적격자는 전월보다 9명 증가(10명→19명)해 비율이 상승했다. 심사보류 대상자는 총 98명으로 전체 대상자의 6.2%를 차지했다. 지난 1월 심사에서는 1,367명 중 1,004명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일반수형자는 994명, 장기수형자는 32명 중 10명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형자의 재사회화와 교정시설 수용 부담 해소를 위해 가석방 심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수형자가 형기의 일정 비율을 채운 후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조기 석방되는 가석방 제도의 기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본보는 지난 1월 20일, 과거에는 형기의 90% 이상을 채워야 가석방 대상이 되는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80% 미만에서도 가석방이 이루어지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보 도했다. 24년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가석방 허가자는 총 9,483명이다. 이들의 형기 집행률을 분석한 결과, 60% 미만은 16명(0.2%), 70% 미만은 642명(6.8%), 80% 미만은 3,605명(38.0%), 90% 미만은 3,776명(39.8%), 90% 이상은 1,444명(15.2%)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형기의 90% 이상을 채운 가석방 허가자가 전체의 32.3%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해당 비율이 15.2%로 줄어들었으며, 형기의 80% 미만에서 가석방이 허가되는 사례는 2014년 8.1%에서 2023년 38%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석방 허가자의 범수별 현황에서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2014년에는 3범 허가자가 40명에 불과했고, 4범 이상은 전무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3범이 178명, 4범 이상이 35명
“구치소 접견을 한번 와주시면 상담 후 선임하겠습니다.”수감자들이 변호사에게 자주 건네는 요청이다. 지난 2019년 발생한 ‘접견 피싱’ 사건을 계기로, 수임을 미끼로 무료 접견을 요구하는 문제가 변호사 업계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었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반복되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구치소에 재발 방지를 위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어 회원들에게 ‘유료 법률상담 원칙’ 준수와 접견 요청 시 사전 비용 고지를 권장하며 예방책을 마련했다. 이후 변호사 업계에는 선임 전 접견 시 접견비를 받는 문화가 정착됐다. 일반 접견은 하루 10분으로 제한되지만, 변호사 접견은 녹음과 횟수 제한 없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무제한 가능하다. 게다가 변호인 접견은 칸막이가 없어 간섭 없이 자유롭게 진행되며, 같은 날 접견 대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만남도 가능하다. 또한 구치소 내에서는 변호인 접견을 많이 받는 수감자가 ‘능력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수감자들은 실제 수임 의사 없이 변호사를 불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변호사는 2019년 당시 “수감자의 가족으로부터 ‘선임할 테니 접견만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구
2016년 2월 23일, 경기도 하남시 어느 주택에서 중년 여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165㎝의 키에 38㎏의 체중이었고 시신 주변으론 빈 소주병과 맥주병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에 따른 일종의 아사였다. 숨진 A 씨가 살던 주택에선 창 너머로 검단산이 잘 보였다. 검단산은 그때로부터 14년 전인 2002년, A 씨의 딸이었던 하모 양(당시 만 21세)이 주검으로 발견된 곳이다. 이화여대 법학과에 재학 중이던 하모 양은 발견 당시 청테이프로 입이 막혀 있었고, 얼굴에 4발, 뒤통수에 2발의 총상이 있었으며 구타의 흔적도있었다. 가족들은 하양의 시신이 발견 되기 10일 전 실종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수영하고 오겠다고 새벽에 집을 나선 하양이 돌아오지 않자 신고와 함께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양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은 원한 관계에 얽힌 범행을 의심했다. 경찰이 주목한 점은 하양의 아버지가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 윤 모 씨 측을 상대로 낸 ‘접근금지 소송’이었다. 윤 씨는 판사였던 자신의 사위가 사촌 동생과 바람을 피운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판사 사위의 사촌 여동생이 바로 A 씨의 딸, 하양이었다. 중견기업 영
최근 교도소 수용자들의 가족과 지인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옥바라지 카페’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옥바라지 카페는 8년 전 수용자 가족 간 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설립되어 현재 회원 수가 4만여 명에 이르는 커뮤니티로, 교도소 식단표, 구매 가능 품목 등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수용자들의 가족, 지인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위키나무에는 이 카페에 대한 소개글로 ‘수용자, 가족, 연인, 지인들이 모이는 카페로, ‘옥바라지 카페’로도 불린다. 연인은 수용자를 ‘안쪽이’라 칭하며, 사회적 인식은 금지된 사랑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이 게시되어 있다. 한편, 해당 카페는 일부 게시글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언론사들은 해당 카페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기사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옥바라지 카페에 “요즘 서울구 장난 아니네요. 하필 안쪽이방 아래가 윤 모 씨기 ㅠㅠ. 위에서 쿵쿵 소리 난다고 윤 모 씨가 그래서 방이 깨졌대요. 정말 열받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는 건지ㅠㅠ. 윤 모 씨가 서울구에서 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기도해봅니다!!”라는 글이 올라오자 언론사들은 경쟁적으로 이를 보도했다. 이에 대해 법
수형자들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하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혜택을 받는대상자는 극히 드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제도에 대한 홍보와 함께 절차를 개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며 수형자가 교정시설 내 교도작업 중 발생한 재해에 대해 장애등급(1~14등급)에 따라 최소 251만 원에서 최대 6,736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이전에는 최저임금 수준 보장을 받았지만, 대폭 보상 수준이 오른 것이다. 이에 교도작업 중 재해가 발생하면 교도소장은 사고 발생 후 20일 이내에 법무부에 보상 신청을 할 수 있다. 신청 시 의사의 진단서, 사망 시 참고인 조서 등을 첨부해야 하며, 법무부의 승인 후 수형자나 유족에게 지급된다. 그러나 문제는 교정시설 내 작업이 단순한 형벌이 아니라 교정처우의 일환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당수 수형자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날 한 수형자는 <더 시사법률>에 “작업 중 허리를 다쳐 치료를 받았지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주변에도 모르는
교정시설 내 고령 수용자가 급증하며 ‘고령 수용자’로 인한 요양비용 지출 및 교정 공무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교도소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형사사법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 수형자는 2013년 전체 수용자의 7.3%(2,350명)에서 2023년 17.1%(6,504명)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수형자 6명 중 1명이 고령자인 셈이다. 이러한 증가의 배경에는 고령층의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고립 심화로 인한 범죄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2020년 기준 40.4%, 2021년 기준 10만 명당 자살률은 42.2명으로, 두 지표 모두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절도범 10만526명 중 61세 이상은 3만921명(30.8%)이었다. 성별로는 남성이 26.6%, 여성이 40.3%를 차지했다. 피해금액 100만 원 이하의 소액절도가 전체 절도 범죄의 75.8%를 차지하며, 고령층의 생활고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장기형 수감자의 자연스러운 고령화도 중요한 요인이다. 1990년대 이후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
이른바 ‘온라인 그루밍’으로 불리는 성 착취 목적 대화 범죄에 대한 대법원 양형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7일 오후 2시 20차 공청회를 열고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동물보호법 위반·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논의했다고 18일 밝혔다. 양형위는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각 범죄에 대한 세부 양형기준 초안을 마련하고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이날 공청회를 마련했다. 성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토론자로 참석한 선미화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경정은 “성 착취 목적 대화죄도 양형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성 착취 목적 대화죄는 N번방 사건 이후인 지난 2021년 3월 청소년성보호법을 근거로 제정됐지만 구체적인 양형 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양형위는 최근 공공밀집장소 추행, 피보호·피감독자 추행 및 간음에 대한 양형 기준을 논의하고 있다. 박현주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중밀집장소 추행은 전체 성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했다”며 “피보호·피감독자 추행 및 간음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맞물린 중대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선 경정은